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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Aug 29. 2018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국적이 뭐 대수겠냐마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모국어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언어가 중국어라는 걸 알고 적지 않게 놀란 경험이 있다. 인구가 가장 많기 때문에 그렇다는 그 이유에 대해 금방 납득하긴 했지만, 새삼 중국 인구에 대단함을 느낀다. 85%가 백인이고 아시안 비율은 4%밖에 되지 않는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일반 거주 지역보다 비교적 외국인 (비미국인)이 많은 대학교에 근무하는 관계로 많은 아시안들을 만난다.

 

종종 당황스러운 것은, 중국인이 나를 보고 중국말로 말을 걸 때이다. '내가 세련되지 못한 중국인처럼 생겼나'라는 스테레오 타입의 측면이 아니라, 아무리 자국의 인구가 많아도, 지나가다 본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중국 본토도 아니고, 차이나 타운도 아닌, 중국인 비율이 많지도 않은 미국에서, 아무 배려도 없이, 다짜고짜 중국말로 질문을 하는 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중국어를 전혀 못 하지만, 고등학교 때 제 2 외국어로 중국어를 아주 조금 배운 탓에,


"나는 한국인이다. 너는 중국인이니?"


이 한 문장만은 기억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길을 가다 한 중국인이 나에게 중국어로

 

"니 스 중구어런?"


이라고 물었고 그걸 알아듣고는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No"라고 대답을 했다. 그 사람은 그나마 중국인이냐고 먼저 물어보기라도 했으니 다른 경우보다 조금은 나아 보일 수 있지만, 미국 대학을 다니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이, 아시아인에게 '중국어'로 너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욱이, 아무리 간단한 문장이라도 내가 그걸 알아듣고 대답을 했다는 것 자체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모르는 아시아인에게 중국말을 해도 '확률적으로' 말이 통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무덤덤하게 넘기는 편이지만, 처음에는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적이 많다.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 왜 이미지에 중국이라고만 설명이 되어 있을까.


이런 현상은 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체육관에서 가끔 운동을 하는데, 백인 미국인들도 우리를 보고 스스럼없이 차이니즈라고 한다. 때로는 "셰셰'라고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기도 한다. 한국인이라고 굳이 설명을 덧붙여야만 나는 중국인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한국과는 달리 중국인들에게 농구가 워낙 인기가 좋아서 농구장엔 중국인들이 많은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쳐도, 단지 체육관 내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기에 이 메이저 인구들 사이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것까진 아니어도 헛헛한 웃음을 짓게 한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나도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노랑머리 백인은 전부 '미국인'인 줄 알았으니깐 말이다. 프랑스인, 독일인을 보고도 나는 다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모르는 사람의 국적과 인종이 궁금하면 그냥 좀 물어보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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