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정확히 7년 만이었다.
다시 여의도 금산빌딩으로 간 것이.
고스톱은 잘 모르지만 내가 존경하는 김성근 감독님이 말했다. 38이라는 숫자는 광땡을 뜻한다고. 그래서일까? 내 나이 서른여덟 살이던 그 해 가을. 나는 내 인생에 다시 못 올 기회라도 잡으려는 듯, 매주 월요일 저녁만 되면 금산빌딩 4층으로 향했다.
드라마 수업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첫 수업을 듣기로 한 날, 수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듣기로 한 저녁 강의 선생님은 H피디인데, 수강생들 사이에서 매우 까다로운 분으로 알려졌다고. 다른 요일로 신청하라고. 하지만 그땐 답사를 다녀야 하는 프로그램을 할 때라, 다른 요일은 결석까지 염두 해야 했다. 어떻게 시작한 공부인데, 결석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서, 그날 강의를 신청했는데 결과는 100% 만족이다.
선생님 성격은 좀 까칠한 것 같았지만, 가르쳐주는 열정만큼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2시간 30분 강의가 짧다고 느껴졌으니까. 강의하다 보면 다른 얘기도 하기 마련인데, 그분은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두 다 강의와 연관된 내용뿐이었다. 강의 듣기 2, 30분 전에 미리 가서 앉아 있으면, 오늘은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까? 늘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물론 내 작품이 강평 받는 날엔 멘탈이 나가고, 가슴은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6개월 가까운 강의가 끝나고 종강일이 됐다.
선생님은 마지막 강평을 마치고, 위 시를 낭송해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거라고. 앞으로 캐릭터를 만들 때 이 내용을 꼭 염두 하라고.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상황과 캐릭터 구축하기.
바람이 되어 한 사람의 일생을 더듬어 보기.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난 정말 드라마를 쓰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