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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이병현 Jul 08. 2019

2019년 7월 1주차에 본 것들

존 윅 2, 3
어쩌다보니 남는 시간에 볼 게 없어 3를 봤고, 어째 안 보기 찝찝해서 2까지 챙겨봤다. 버스터 키튼 인용부터 시작해서 한국영화 <악녀>의 인용까지, 액션영화에 대한 찬사를 듬뿍 담은 작품인데 확실히 액션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런 류의 액션영화 팬을 자처하는 남자들에게 소구하기 좋아보이는 영화였다. 그래도 마냥 후까시 잡기는 뻘쭘한 모양인지 끊임없이 코미디를 시도하긴 하지만, 가장 웃긴 부분들은 역시 영화가 진지해지려 시도할 때.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
이걸 평론가들이 왜 좋아했는지 알겠다. 그렇지만 다양한 애니메이션(혹은 만화)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것 치고는 흑백 느와르, 카툰, 일본 망가 스타일은 그냥 곁다리에 불과한데, 이걸 갖고 진지하게 칭찬을 했다면 포인트를 한참 벗어난 거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망가하면 교복 입은 미소녀라는 공식을 굳이 따를 필요가 있나. 그럴 거면 아예 망가 스타일만 2D로 그리지 그랬나.

시티즌 루스
부천 영화제를 이번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동행이 있어서, 그리고 나도 특정 이슈 이후 부천을 방문하긴 오랜만이라 어쩐지 부천다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그런 방향으로 평가가 좋았던 <운전강사의 특이한 비밀>은 역시나 현장 표까지 매진이라 구할 수가 없었다. 언젠간 개봉하길 바란다.
<시티즌 루스>는 시놉시스만 보고 어렴풋이 상상했던 방향으로 어김없이 나아가는 안타까운 영화였다. 요즘 들어 점점 더 많이 하는 생각이지만, 스스로를 구할 생각이 없는 자를 남이 억지로 구할 수는 없다.
프로초이스와 프로라이프의 대립을 양비론으로 다루는 영화의 관점에 황당함을 느낀다. 아무리 암시를 해봤자 (저주를 하자는 건 아니니만) 나는 주인공의 앞날이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적 독립에 관한 테이프를 열심히 듣지 않습니까? 그정도 암시가 설득력을 가진다면, 나는 비슷한 근거를 바탕으로 주인공이 곧 다시 약물에 손을 대고 말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산이 결정적 회심의 계기로 작용한 거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영화의 관점에 더욱 회의감이 들 뿐이다.
개판을 뒤로 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진정으로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를 현현한 주체적 개인의 모습이라고 우기지 말길. 이건 그냥 프로 초이스도 프로 라이프와 마찬가지로 진흙탕에 몸을 담근 사람들이라는 소리에 불과한 거니까.

아빠는 악역 레슬러
그냥저냥 귀여운 영화다. 아주 좋았던 건 아닌데 이날 본 것 중엔 상대적으로 나았다.
그나저나 일본영화 특유의 공기여혐은 어김없이 등장했는데, 제일 경악했던 건 자신의 장래희망을 '신부'가 되는 것이라 말하는 초등학생. 가족영화를 표방한 주제에 9살 먹은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을 '신부'로 설정한 시점에서 일본이란 나라엔 장래성이 없다고 느꼈다. 일본 여성들에겐 결혼압박이 얼마나 거셀지 상상도 안 간다. 제발 이 영화를 여자아이들이 보지 말았으면 싶다.

매드 매드 매드 쇼
아이디어와 소재만 갖고 밀어붙인 작품. 상황은 벌려놓고 수습할 줄 몰라 쩔쩔매는 꼴이 과히 보기 좋진 않다. 웃긴 장면 한두개만 갖고 용서하기엔 부천이 너무 멀다.
한편 추억팔이 삼아 재현되는 대만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저런 노출도가 심한 성적 대상화를 노린 복장을 정말 예능에서 입혔다는 말인가 하고 놀랐다. 아마도 일본 예능에서 따온 게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동시에 요즘 한국 아이돌들이 입는 복장을 생각하면 맘 편하게 일본만 탓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제는 문화산업을 통한 여권 하락의 선봉주자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니까. 자랑스러운 한류, 케이팝 만만세다.

코뮌
레지스탕스 영화제 막차에 탑승. 심지어 1부는 놓치고 인터미션이 끝나기 직전 도착해 간신히 2부만 챙겨봤다.(영화가 실제로 1부와 2부로 나뉜 구성인 건 아니고 영화제 측이 중간에 인터미션을 넣었을 뿐이다)
감독이 이번 상영을 위해 특별히 편지를 썼다는데, 현장에선 50부 한정배포를 해서 확인하지 못했고 트위터에 누군가 사진으로 찍어 공유했기에 나도 블로그에 올린다.

보통 이런 글을 써가며 상업영화나 헐리웃을 비판하는 사람들 영화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코뮌>는 놀랍도록 재밌었다. 언젠간 풀 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싶다.
그런데 주최측에서 GV를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기미가 전혀 없던데, 그래도 명색이 영화제인데 아카이빙은 제대로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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