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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이병현 Aug 27. 2020

고전 헐리웃 뮤지컬 영화를 보고 있다

<7인의 신부>의 충격

https://serieson.naver.com/movie/home.nhn

주로 접하는 통로는 네이버 시리즈 on이다. 넷플릭스와 왓챠를 번갈아가며 구독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고전 영화는 잘 올라오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따로 또 돈 주고 사야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탓에 오프라인 극장에 가기가 힘들어지는 바람에 남는 돈으로 보고 있는 셈인데, 왜 하필 뮤지컬 영화인가 하면 별 다른 생각없이 머리를 비우고 보기 좋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스윙호텔(홀리데이 인)>, <스타탄생(스타 이즈 본)>,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7인의 신부(7인의 형제, 7인의 신부)>, <왕과 나>, <파리의 아메리카인> 등을 보았다.(여기에 스크류볼 코미디인 <연인 프라이데이>와 <몽키 비지니스>도 봤고)

그중에서도 <7인의 신부>는 굉장히 이상한 작품이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일곱 명의 더러운 형제들이 모여사는 농장에서 어느 날 장남이 '신붓감'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오는데, 우연찮게도 첫눈에 사랑에 빠진 한 여성이 청혼을 받아들여 그날 바로 결혼해 농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 여성은 본래 마을 호텔에서 일하는 처지였던지라, '오직 한 남자만을 위해' 요리하고 청소하는 안락한 삶을 기대했다가 돼지만도 못한 여섯 명의 동생들을 보고는 충격을 받게 된다. 사기결혼을 당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왈가닥 말괄량이'로 설정된 캐릭터인지라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데, 어찌됐건 여성의 교육 덕분에 형제들이 전부 수염도 깎고 말쑥한 신사로 변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 다음인데, 당연히 제목부터가 7인의 형제, 7인의 신부이니 신사가 된 형제들이 하나씩 아름다운 사랑을 꽃 피워 신부를 하나씩 얻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겠거니 생각했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괴상한 설정이겠지만(일단 여섯 명의 로맨스를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어떤 비중을 두고 균형감 있게 꾸려나갈지 예상도 가지 않았고), 뜻밖에도 이 영화는 '로맨스의 환상'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결혼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다름아닌 '약탈혼' 풍습이다.


https://youtu.be/rUiqjx-9bns


이런저런 일이 벌어진 후, 마을에 다시 못 들어가게 돼 상심에 빠진 형제들을 본 장남이 구약(그는 무식해서 이것을 '성경'이 아닌 '아내가 가져온 파란색 책'이라고 부르는데)에 나온 로마인의 납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여자들을 여섯 명 납치해오자고 제안한다. 놀랍게도 이 계획은 성공해서 납치당한 여성들과 형제들은 끝에 가서 결혼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적나라함에 충격받을 관객을 걱정했는지 시대배경도 서부개척시대이고(남자들이 하는 짓은 원시 부족이 하는 짓이라 해도 믿어지지만), 중간중간 여성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서 "여자들은 물건이 아니예요!" 같은 대사를 들려주고, 나중에 가서 장남이 납치에 대해 반성하게 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것은 겉치레에 불과하고 몹시 솔직하게 결혼의 기원에 대해 고백하고 있는 영화라 좀 놀랐다. 굉장히 역겨운 동시에, 이런 겉치레를 발달시켜 아름답게 꾸며진 로맨스들은 그럼 또 역겹지 않은가?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건 몰아서 본 뮤지컬 영화 중에 가장 압도적인 장면이 나와서 이 부분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https://youtu.be/QbzJtP75NqM

일종의 차력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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