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영화제에서 본 영화들
보려다가 못 본 영화들
살인 청바지
피에 굶주린
공동주택 66
아하
핑크 클라우드
버켓 오브 블러드
영화제를 직접 가면 억지로라도 뭘 챙겨보려 할 텐데, 그런 압박이 없으니 역시나 많은 작품을 보기 힘들었다.
본 영화들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
만화 원작이라는데, 이상한 영화였다. 온라인 상영이라 배속 기능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놀이 공원:
영화제에서 실패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이미 유명한 감독의 옛날 작품을 택하는 것이다. 조지 로메로는 딱히 싫어하는 감독도 아니고, 러닝타임도 짧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틀었다.
감독도 감독이고 썸네일이나 소개문구도 은근히 그쪽으로 유도를 해서, 당연히 좀비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찾아보니 교회와 지자체에서 지원비를 받아 만든 영화였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일종의 노인문제를 다룬 '인권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앞뒤로 내레이터가 등장하는 구성은 영화 본편의 내용 때문에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런 감상을 더해주는 부분은 주인공이 스스로의 노화를 부정하고, 공포에 질리는 장면들이다. '노화'라는 다소 추상적인 공포를 명확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화와 같은 형식으로 구체화시키는 솜씨가 일품이다.
님비:
각각 난민 출신 정치인 어머니와 지역 정치인 아버지를 둔 레즈비언 커플이 어색한 상견례(?)를 가지던 와중에 네오나치 그룹에게 습격당하는 이야기. 다소 과한 설정(심지어 보수적인 지역 정치인 아버지 부부는 이웃의 목사 부부와 '스와핑'을 하는 관계로, 이 목사 부부의 아들이 네오나치 그룹 일원이다)인데 비해 그럭저럭 풀어나가는 편이다. 포위당한 상태로 벌어지는 이야기에 긴장감은 덜한 편.
번외
유 아 넥스트:
부천 영화제 상영작은 아니지만 결이 비슷하니 겸사겸사 여기에 써둔다.
호러영화는 매번 재밌다는 소리를 듣고 켜자마자 '다시는 호러영화 따윈 보지 말아야지' 하고 후회하는 편인데, 어찌됐건 여름이고 부천 영화제 기간이니 하나 보긴 해야지 싶어서 틀었다.
'최후의 (미녀) 생존자' 클리셰를 비트는 내용이다. 아마도 각본가는 호러영화를 보면서 무력하게 당하는 희생자들을 보며, 그럴 거면 칼로 한 번 찔러보기라도 하라는 불만을 가지는 타입인 모양이다. 개요만 보면 B급 느낌이 강할 것 같지만 그래도 갈무리를 잘 해놔서 그렇게 싼티가 나진 않는다. 가면도 기괴한 걸 잘 골랐고. 물론 이것보다 훨씬 간편한 계획이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세팅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을 줄 정도로는 해소를 해준다.
마지막까지 알뜰살뜰하게 벽난로 위에 놓인 총에 들어간 총알을 한발도 남김 없이 쏘고 끝을 내는데, 환경문제가 부각되는 요즈음 이와 같은 절약정신은 굉장히 칭찬할 만하다.
최근 작품 중 <할로윈> 리부트에서 마이클 마이어스가 창문 밖으로 떨어진 로리 스트로드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걸 목격하는, 둘 사이의 역전된 관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씬이 있는데 그걸 보고 짜릿함을 느낀 관객이라면 이 영화도 꼭 챙겨볼 만하다. 물론 그게 무슨 씬인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벌써 봤을 테고, 무슨 씬인지 모른다면 위 설명이 무슨 뜻인지 모를 테니 별로 의미값은 없는 문장이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