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제 온 김에 박수소리를 기록해보았는데, 코로나 탓인지 영화 끝나면 의례적으로 나오는 박수도 거의 없었다. 특히 아침 상영작 틀 땐 더 맥빠진 느낌이고. <다가올 세상> 같은 경우는 전반적으로 엘리베이터 지수(영화가 끝나고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대화로 측정되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 지수)가 굉장히 괜찮았는데도 불구하고 박수가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았다.
일단 영화소개에서 예상 되다시피 비극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내심 걱정했던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진 않는다. 제일 앞자리에서 봐서 목이 좀 힘들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고, 실제로 영화 구성을 보면 원작을 그대로 따온 듯하다. 작중 내내 주인공의 독백이 내레이션으로 깔린다. 심리묘사도 문학적인 표현 그대로 내레이션으로 깔리는데, 보통 영화에서 이렇게 내레이션으로 심리 묘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
몹시 상투적인 영화다. 제목에 쓰인 해변의 금붕어는 영화에서 직접적인 상징으로 등장하는데, 마지막 장면이 어항에 갇혀있던 금붕어를 바다에 놓아주는 장면이다. 심지어 그 유명한 "타다이마-오카에리(다녀왔어-어서와)" 대사로 끝을 맺기도 한다. 각본을 왜 굳이 이렇게까지 상투적으로 썼는지 약간 의아하다. 그래도 담긴 메세지 자체는 이른바 '정상가족'에 대한 거부가 드러나서 조금은 덜 답답했다.
그나저나 금붕어를 바다에 놓아주면 죽는 거 아닌가? 관상용 금붕어는 담수어인데. 그래서 사실 영화의 메세지가 조금 헷갈렸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금붕어를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는 것인지, 아니면 죽이는 것인지? 전체적으로 상투적인 영화의 톤과 굳이 그 먼 길을 걸어가 하필 해변가에 풀어준다는 걸 생각해보면, 해방 쪽에 더 가깝지 않나 싶긴 하다.
그외:
01.
온라인 상영작은 아직 한편도 확인해보지 않았다.
02.
포스터 구경하느라 팔복예술공장에 갔는데, 마침 <자인 姿人 - 동서양의 근현대 미인도> 展이라는 것을 하고 있길래 구경했다. 코리아나 미술관 소장품들이라는데 몇몇 작품들은 꽤 괜찮았지만, 작품소개에 '여류화가'라는 단어가 있는 게 좀 황당했다. 하기사 하필 '미인도' 전시라는 것부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