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버쇼핑에서 10만원을 주고 구입했던 소나무 원목 침대 프레임이 4년 동안 수리를 두 번 받고도 끝내 부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아서, 간만에 프레임을 교체하는 김에 꽤 오래 사용한 라텍스 매트리스도 슬슬 바꿔보고 싶어서 오랜만에 검색에 들어갔다. 그 과정을 거쳐서 내가 나름대로 생각해본 '좋은 매트리스를 고르는 기준'과 그에 따라 결국 무슨 매트리스를 구매했는지를 블로그에 공유하고자 글을 적어본다. 결론만 보실 분들은 스크롤을 가장 아래로 내리시거나 굵은 글씨만 훑어보셔도 좋다.
먼저 침대 프레임을 고르는 건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몸에 좋지 않은 자재만 피하면, 그 다음부터는 디자인과 가격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몸에 좋지 않은 자재'라는 것도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른 구분점이 확실하다.
특히 더 편해진 것이 몇년 전만 해도 E1 등급 가구가 실내용으로도 많이 팔렸는데, 이제는 네이버쇼핑에 대충 쳐봐도 대부분 E0 이하로 나온다. 아마도 일룸, 현대리바트를 비롯한 대형가구 회사들이 자사제품의 최소 기준을 E0로 맞췄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 말고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가구가 아니므로 이쯤 해두자. 나는 MDF를 사용하지 않고 고무나무 원목으로만 만들었다는 무헤드 Q 프레임을 13만원에 별도 배송비 3만원을 주고 샀다. 철저히 가성비에 입각한 구매였는데 디자인은 튀지 않고 무난한 데다가 저상형은 아니지만 약간 낮은 프레임이라 방이 넓어보여서 좋다.
그런데 매트리스를 고를 땐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매트리스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함'이 아니었다. 물론 라돈이 나왔다느니 하는 해괴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매트리스는 위험한 물질이 포함되어 나오진 않는 것으로 판단했고 그 부분은 별로 고려하질 않았다. 어차피 라돈 사태 같은 건 소비자 입장에서 뭘 안다고 피할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니까.
매트리스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 그건 뭉뚱그려 말하자면 '편안함'일 것이다. 편안함을 구성하는데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푹신한/단단한 정도'(firmness, 즉 '경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어떤 확실한 기준점이 있을까? 찾아본 결과, 매트리스의 경도를 1(가장 단단함)~10(가장 푹신함)으로 나눌 경우, 5~6정도 되는 단단함, 다시 말해서 '중간 정도의 단단함'(침대 회사에서는 보통 이를 '미디엄'이라고 표현한다)이 허리통증 완화에 좋다는 몇몇 논문을 근거로 쓴 블로그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허리에 좋은 매트리스는 딱딱한 매트리스다'라는 속설이 있다. 각각 통증(재활)의학과, 신경외과, 신경외과 의사가 쓴 다음 세 글을 종합해보면, 딱딱한 매트리스, 혹은 맨 바닥이 허리에 더 좋다는 근거는 딱히 없다.
하지만 연구를 끝까지 마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물침대를 사용한 사람들과 메모리폼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이 단단한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만족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물침대를 사용한 쪽에서 메모리폼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통증의 호전을 더 많이 보고했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는(진짜로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단한 침대를 사용한 경우는 요통이 증가한 사람의 수가 감소한 사람보다 오히려 많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 결국 요통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이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침대도 완전하게 통증을 증가시키는 방향만 있거나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값이 상당히 비싼 메모리폼 침대조차도 사용 후 통증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보고한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침대의 가격이 요통을 감소시킨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디스크 환자가 입원하면 의사가 '하드보드'를 처방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처방을 내리면 간호사는 매트리스 밑에 같은 크기의 합판을 깔아준다. 이 시절 환자용 침대는 양쪽에 고리가 달린 스프링을 격자 배열하여 환자의 몸무게를 지탱함과 동시에 탄성을 제공했는데 이런 구조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침대 바닥이 꺼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푹 꺼진 침상에 척추환자를 수용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바닥에서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궁여지책으로 합판을 깔아준 게다. '하드보드' 처방은 덜 꺼진 침대를 제공하려는 취지였지 단단한 매트리스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이런 관행은 단단한 바닥이 허리 건강에 좋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퇴원 후에도 환자가 멀쩡한 새 침대를 두고도 방바닥에서 취침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낳기도 했다. 어렵던 시절의 궁여지책이 깊은 뜻을 내포하는 처방으로 오해된 해프닝일 뿐이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
조사 결과 딱딱한 침대(2-3 단계)보다는 적당히 단단한 침대(5-6 단계)에서 지낸 사람들에서 더 큰 허리 통증의 호전이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허리 통증이 있을 때 딱딱한 침대가 좋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견해들은 연구를 통해서 딱히 입증된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Lancet에 실린 이 연구를 통해 환자분들에게 명확히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딱딱한 침대보다는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가 낫습니다.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란 무엇인가?
유럽에서는 유럽 표준화 기구 (European Committee for Standardization)에서 만든 매트리스 단계가 있습니다. 위에 연구에서 사용된 1단계 (가장 딱딱함)부터 10단계(가장 푹신함)입니다. 여기서 5-6 단계 정도가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5~6단계 정도 되는 단단함을 가진 매트리스를 고르면 되는 거니까.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한국어와 영어로 검색해본 결과, 세계 어느 곳에도 '표준화 된 침대 매트리스 단단함 지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앞선 연구에서 언급된 유럽 표준화 기구에서 만들어진 매트리스 단계도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영국의 한 침대 리뷰 전문 사이트에서도 "Unfortunately, there is no uniform industry standard for a mattress's firmness rating."(https://www.sleep-hero.co.uk/review/firmness-scale) 즉, '안타깝게도 업계 표준 매트리스 단단함 지수 같은 건 없다'면서, 자기네 사이트가 독자적으로 만든 단단함 지수를 사이트에 소개하며 거기에 따라 매트리스를 분류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표준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아직까지도 안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압력 측정하는 기계가 NASA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입는 옷 사이즈조차 딱히 표준화 된 기준이 있지 않아서 나라별로도 다르고 나라 안에서도 다르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세상은 항상 생각 이상으로 주먹구구식이다.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면, 역시나 검색을 해본 결과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침대들은 어차피 과학적 근거가 있든 없든 대개는 '미디엄' 정도의 단단함을 기준으로 제작되고 팔리고 있단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대체로 '중간값'으로 설정되어 팔리고 있는 침대들 사이에서 자기가 살 침대를 결정하려면 결국 누워보는 수밖에 없단 것이다.
소결론1: "좋은 침대, 결국 누워보고 결정하자?"
다소 거창한 도입부에 비해서 소결론이 너무 뻔한 것 같다. 나 역시 이런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는 과연 이게 최선인지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누워보고 결정하자는 게 말은 쉽지만, 여기엔 몇 가지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내가 가장 불만이었던 부분은 어차피 '누워보고 산다'는 게 별로 정확한 방법이 아니라는 거다. 사람 체감이라는 것이 그렇게 정확하지가 않다. 심지어는 한국처럼 '소정의 원고료' 받고 리뷰하는 게 아니라 체압 측정하는 기계를 갖다가 리뷰를 진행하는 외국의 나름대로 객관적인 리뷰 사이트들에서도 동일한 매트리스를 가지고 다른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팔리고 있는 '엠마 오리지널 매트리스'를 예로 들어보자.
보시다시피 의견들이 제각각인데, 특히 BedBuyer 같은 경우 "단단한 느낌"이라면서 1~10 중 8이라고 말했다. 이는 SleepHero가 4를 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두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가 5~6.5 정도를 준 걸 보면 의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나는 이런저런 리뷰를 찾아보면서 두 번째 불만을 가지게 되었는데,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리뷰 사이트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롤팩 매트리스' 시장이 개나소나 뛰어드는 시장이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유료광고를 하는 대신 정직하게 매트리스를 리뷰하는 사이트가 몇 군데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런 곳이 여러 군데 있다면, 발품을 팔아서 직접 이 매트리스 저 매트리스 누워보며 기껏해야 30분 남짓한 나의 불분명한 체감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래도 나름대로 자기네만의 기준점을 갖고 평가한 단단함의 정도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여러 사이트를 비교해보며 '약간 튀는 사이트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엠마 오리지널 매트리스는 5~6.5 정도 되는구나'라는 판단을 한 뒤, 엠마 오리지널 매트리스를 체험해 본 후 다른 매트리스와 비교해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테면 '이 사이트에서 엠마를 6.5라고 평가했는데, 똑같은 사이트에서 A 매트리스는 8이라고 해서 누워보니 정말로 조금 더 딱딱한 느낌이었다. 나는 8 정도 되는 매트리스가 더 편하고 좋은 것 같은데?'라는 판단도 가능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그 다음부터는 직접 누워보지 않더라도 해당 사이트나 비슷한 기준을 사용하는 다른 사이트들을 종합해봤을 때 대략 8 정도 되는 매트리스들만 골라보며 그 제품들만 누워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간낭비를 덜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에선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쯤에서 두 번째 소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소결론2: "외국에서 이미 많은 [객관적] 리뷰를 받은 매트리스들 위주로 먼저 누워보자!"
그래서 몇 가지 브랜드를 추려보았는데, 방법은 간단했다. 외국에서 많은 리뷰를 받으려면 외국에 진출해 많이 팔린 (덕분에 리뷰가 많이 쌓인) 한국 브랜드이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이미 많이 팔린 (덕분에 리뷰가 많이 쌓인) 다음 한국에 진출한 브랜드여야 한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즉 한국인들 상대로 이미지 장사한답시고 고가 프리미어 전략을 사용하지 않아서 대체로 외국인들이 사는 것과 비슷한 가격대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가격대가 '전화문의'라든가 '판매채널별로 상이하다'든가 한 경우엔 짜증이 나서 제외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추린 브랜드들이 다음과 같다. (이는 해당 제품들이 좋은 제품인지, 내게 맞는 제품인지, 사후 서비스는 훌륭한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목록이다)
지누스
엠마
아메리슬립
그래서 세 브랜드를 찾아가서 한번씩 누워봤고, 결론적으로 5~6 정도 되는 적당한 단단함이 대충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돼서, 나는 앞으로는 이걸 기준으로 침대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이걸 기준으로 사겠다'라는 말의 의미는, 다음의 경우가 아닌 이상 그냥 '지누스 그린티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구입하겠다는 소리이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의사들의 글에서도 나온 것이지만, 5~6은 대체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당한 단단함이다. 따라서 이 글을 구태여 여기까지 읽은 끈질긴 분들이건 귀찮아서 스크롤을 내린 분들이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매트리스를 고르면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첫째, '지누스 그린티 메모리폼 매트리스'보다 싼데 비슷한 단단함을 가졌는가?
'지누스 그린티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현재 공식 사이트 기준으로 두께 30cm(외국 리뷰 사이트에서 주로 평가한 12인치와 동일한 두께), Q 사이즈 제품이 36만 9천원이다. 이 정도면 절대적으로 봤을 때 저렴한 제품이고,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동일 제품과 비교했을 때도 더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합리적이면서 가성비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보다 더 싸면서 비슷한 단단함을 제공하는 다른 제품이 있다면, 그걸 사셔도 좋겠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은 '지누스 그린티'와 비슷한 수준의 단단함을 소비자 입장에서 어떻게 판단할 거냐는 거다. 직접 누워본다? 말했다시피 나는 사람 몸이 그렇게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체감이 비슷하다고 꼭 비슷한 단단함일 거란 보장은 없다. 지누스는 외국의 많은 리뷰 사이트에서 검증된 제품이다. 그리고 많은 리뷰 사이트를 둘러본 결과, 대략 5 언저리로 평가받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어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단단함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궁금하다면 구글 검색창에 zinus green tea firmness scale 등을 쳐보시라. 아마존에서 구입한 소비자의 주관적 후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전문 장비를 갖고 측정하는 나름대로 객관적인 사이트들의 리뷰도 많이 나올 것이다)
한국의 몇몇 스타트업 매트리스 회사들이 지누스보다 싼 매트리스를 팔고 있긴 하지만, 나 같으면 그런 회사 제품을 사려고 발품을 팔아 몇 되지도 않는 쇼룸에 직접 가서 누워 보고 지누스 그린티와 비슷한 경도라는 추측에 근거해서 사느니 속편하게 36만 9천원을 주고 지누스 그린티를 사겠다는 거다. 굳이 그렇게 직접 누워보고 더 싼 제품을 사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둘째, '지누스 그린티 메모리폼 매트리스'과 비슷한 가격대이면서, 비슷한 단단함을 가졌는데, 제품의 퀄리티 혹은 배송이나 사후 서비스 등이 더 나은가?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 매트리스 회사들이 '지누스 그린티 메모리폼 매트리스'와 비슷한 가격대에 매트리스를 팔고 있긴 하지만...뭐, 직접 알아보겠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는데, 나는 가격대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비싸면서 '지누스 그린티 메모리폼 매트리스'보다 훌륭한 제품을 더 좋은 서비스로 팔고 있는 기업도 (국내외를 통틀어) 충분히 있음직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런 회사를 찾아내 알릴 만한 한국의 침대 리뷰 전문 사이트가 없다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빨리 나 대신 누군가 만들어서 리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참고로 몇몇 '내돈내산' 매트리스 리뷰를 하는 블로거나 유튜버를 보긴 했는데, 외국 리뷰 사이트와는 달리 내가 매트리스를 구매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주관적인 감상을 '솔직하게' 말한다고 그게 더 좋은 리뷰가 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로서 그저 솔직한 감상을 피력하는 일반 소비자의 후기와 차이를 두려면 최소한의 노력은 해주었으면 한다. 체압 측정, 체열 측정은 기본으로 해야할 것이고.
셋째, '지누스 그린티 메모리폼 매트리스'보다 비싼데 비슷한 단단함을 지녔으며,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더 우수한 제품인가?
지누스가 워낙 싸기 때문에 국산인지 수입인지를 떠나서 대부분의 매트리스들이 지누스보다 비싸다. 그렇다면 그들이 과연 지누스 그린티와 비슷한 단단함을 지녔으며, 객관적으로 더 우수한 제품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또한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나는 돈이 너무 넘쳐나서 매트리스에 낭비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분이라면 1억원이 넘는다는 최고급 럭셔리 수제작 매트리스를 구매하시면 된다. 이쯤되면 매트리스 경도가 5인지 6인지를 떠나서 그런 경제상황 자체가 꿀잠을 불러오는 최고의 요소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먼저 예산을 한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매트리스엔 최대로 예산을 할당해봐야 100만원대가 끝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잠시 삼천포로 빠질 테니 관심 없으면 아래 설명은 넘겨도 좋다.
소위 전통적인 방식으로, 천연 소재(주로 울, 말총 등인데 포켓 스프링은 왜 천연 소재로 취급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철은 공학의 산물 아닌가요?)만 활용한 내장재를 채워넣어 수제작 하는 매트리스가 해스텐스이다. 한국의 에이스가 비슷하게 수제작 한다고 광고하는 에이스 헤리츠는 1000만원대 제품이며, 폼 등의 인공 소재가 들어가는 걸 제외하면 아마도 위 영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고가의 매트리스는 대체로 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며, 장인의 craftmanship이라느니 듣기는 좋은데, 이것은 실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매트리스 제작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프랑스의 동네 직물점(small tapisserie in our town of Le Blanc)에서 전통 방식으로 침대를 제작하는 영상이며, 가격대는 불분명하지만 영상을 올린 소비자의 말에 따르면 "믿건 안 믿건 그다지 비싸지 않다 not so much believe it or not"고 한다. 보면 알겠지만 스프링이 안 들어간 걸 빼면 해스텐스의 매트리스와 내장재가 별 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제작 되는 침대 중 내가 아는 한 한국에서 가장 싼 가격에 팔리는 제품은 '힐러리디비' 매트리스이다. 최저가 퀸 사이즈 제품이 공식 수입업체 사이트 기준 178만원이며, 제작 과정이 온전히 찍힌 건 아니지만 다음 영상을 통해 해스텐스 공장과 비슷하게 만들어진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예시로 든 힐러리디비 말고도, 아마 유럽에서는 비슷한 매트리스를 더 싸게 구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그렇다면 천 만원 넘는 돈을 주고 저런 소위 '럭셔리' 침대를 살 이유가 없지 않을까? 힐러리디비가 사용하는 말총과 해스텐스가 사용하는 말총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까? 차라리 지누스 메모리폼과 템퍼 메모리폼 사이에 기술력 차이가 있을진 몰라도, 그저 말총에 불과한 재료가 그렇게까지 퀄리티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고, 마찬가지로 제작 방식 역시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보이진 않는다는 게 내 결론이다.
자, 그렇다면 천 만원 넘는 고급 매트리스와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이런 침대들도 100만원대에 불과한데, 2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딱히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지도 않은 침대를 사야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장인 정신이 깃든 매트리스를 사고 싶지도 않지만, 그런 걸 사고 싶은 입장에서도 딱히 사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예로 들어보자.
공장 규모를 제외하면 두 매트리스의 제조 공정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매트리스는 45만원에 불과하고, 템퍼 페딕 매트리스는 인기 있는 모델의 경우 대체로 200만원대, 한국에서는 300만원대에 팔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연 두 회사가 제작하는 메모리폼의 기술력이 150만원이 넘는 가격 차이를 정당화 할 수 있을까? 나는 이에 대해 몹시 회의적이다.
또한 이런 '럭셔리' 혹은 '워너비 럭셔리' 제품들과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면서 100만원 초반대인 제품들이 있는데, 과연 178만원을 주고 그다지 유명한 브랜드도 아닌 힐러리디비 제품을 사거나 5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유명한 브랜드 매트리스를 사야할까? (심지어 힐러리디비나 많은 럭셔리 제품들 역시 외국 리뷰 사이트에서 별로 리뷰를 하지 않아,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으로 단단한지조차 알 수가 없다. 사이트엔 'medium'으로 표기되어 있긴 하지만) 예를 들어 국산 브랜드인 마트라시움, 브랜드리스 등에서는 매트리스에 울과 말총을 집어 넣는데 가격이 100만원대 초반에 불과하다. 물론 해당 제품들엔 럭셔리 제품들에선 기피하는 라텍스, 폼 등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에이스 헤리츠 같은 고가 제품들에서도 폼을 사용할 뿐더러, 애초에 스프링은 괜찮으면서 메모리폼은 안 된다는 식의 주장엔 별 과학적 근거도 없는 것 같다. 게다가 메모리폼만 사용했는데 소위 '럭셔리' 제품들보다도 비싼 템퍼 같은 경우도 있지 않은가? 템퍼에서는 '첨단소재'라고 광고하는 물질이 다른 곳에서는 '싸구려 화학물질'로 폄하되고 있는데, 사실 메모리폼은 1960년대에 개발된 물질이라 딱히 첨단 물질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에 해롭거나 안 좋은 소재도 아니다.
소결론3: 매트리스에 200만원 이상을 쓴다는 건 터무니없는 낭비다
물론 이 세상의 '럭셔리' 제품은 대체로 다 돈낭비고, 그렇게 돈낭비 하라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맞다. 나 역시 연금계좌에 럭셔리 관련 ETF를 투자하고 있는데 꽤 쏠쏠한 수익률을 맛보고 있으므로, 럭셔리 매트리스 사겠다는 분들에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레스토닉 코리아(참고로 여긴 돈 주고 미국 브랜드 상표만 따와서 국산 매트리스를 파는 곳인데, 제품들 평판은 꽤 좋아보였다. 여기도 차라리 요즘 뜨는 스타트업들처럼 브랜딩을 따로 하는 편이 더 잘 될지도 모르겠다)의 '에코어태치' 기법. 메모리폼을 접착제로 연결하는 대신 이렇게 '호치케스'로 연결하는 기법이라고 한다. 대상이 되는 소재를 제외하면, 이거랑 핸드터프팅 기법이 목적상 뭐가 다른 건지 난 잘 모르겠다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최대 100만원대 초반까지 염두에 두고 매트리스를 살펴봤다는 거다. 그래서 결론은?
결론: 나는 '엠마 오리지널 매트리스'를 샀다.
이미 많은 외국 사이트에서 5~6 정도 되는 단단함이라고 검증됐고, 실제로 누워봤을 때도 '적당한 단단함'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한 엠마 오리지널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왜 '지누스 그린티'를 사지 않았냐면, 단단함 말고 다른 요소까지 고려해봤을 때 지누스 그린티보다 엠마 오리지널이 조금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리뷰들에 따르면 지누스 그린티보다는 그래도 엠마가 조금 더 열 배출이 용이해 덜 덥다고 한다. 그래봤자 메모리폼이라 여전히 열 차겠지만 어찌됐건 50만원 정도 더 주고 덜 더운 게 낫겠다 싶어서 최종적으로 엠마로 결정했다. 나는 밤에 열이 많이 차는 체질이라 이렇게 결정했는데, 굳이 그렇지 않다면 지누스를 샀을 것 같다. 이렇게 지누스 그린티와 비교해봤을 때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는 제품들 중, 퀸 사이즈 기준 100만원을 넘지 않으면서, 외국 리뷰 사이트에서 단단한 정도가 검증된 제품이 있다면, 사셔도 괜찮다고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별로 없을 것이다. 최소한 내가 아는 범위내에선 엠마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엠마를 샀다. 나는 살아있는 압력 감지기라서 누워만 봐도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를 구별할 줄 안다, 하시는 분들은 국내에 우후죽순 생겨난 여러 매트리스 업체의 쇼룸을 하나하나 시간내어 방문해서 누워보고 힘들게 결정하셔도 말리진 않겠다.
참고로 나는 엠마 매트리스와 비슷한 가격대에 롤팩을 하지 않고 직접 무료 설치배송 해준다는 국내 모 기업의 제품에 누워봤는데 미디엄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제품에 누웠는데도 엠마 오리지널보다 확연히 더 파묻히는 기분을 느꼈다. 대략 3~4 정도 되는 부드러움이었던 것 같은데, 이 역시 체감일 뿐이지 기계로 측정한 건 아니므로 확실하진 않다. 이런 식으로 애매한 체감에 의존해, 그것도 코로나 와중에 여러 매트리스 매장들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서 재빨리 결정해버렸다.
우려되는 점:
01. 미국인들이 남긴 소비자 후기들을 보니 홈페이지에서 광고하는 것과는 다르게 100일 내에 자유롭게 반납이나 교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한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사후 서비스는 별로 기대하고 있지 않아서 불량 제품이 아니길 빌고 있다.
02. 나는 '롤팩'이나 '베드인어박스'라는 컨셉 자체가 한국 사정에 맞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데, 미국에서 물류비용을 줄이려고 시작된 트렌드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유의미하게 물류비 절감이 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어찌됐건 '롤팩' 매트리스 자체가 무슨 대단한 신기술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가격과 매트리스의 질이 동등한 수준이라면, 매트리스 수명에나 뭐에나 압축하지 않은 상태로 배송받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100만원을 넘게 주고 롤팩 매트리스를 산다는 건 가성비 측면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이없는 점: 한국에서는 홍보기사들을 봐도 그렇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마치 이 제품이 독일에서 생산되어 독일에서 직배송 되는 것처럼 써놨는데, 내가 검색해본 결과 엠마 매트리스는 현재 영국, 그중에서도 아일랜드에서 생산되고 있다.
퍼플이 광고하는 '하이퍼 엘라스틱 폴리머'가 밸런스온이 광고하는 '고탄성 특수 폴리머 베타젤'과 거의 동일한 소재로 추측되는데, 실제로 퍼플 방석은 만져보면 밸런스온 시트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 폴리머 소재는 그렇게까지 비밀스러운 소재는 아닌 것 같은데, 인도에서도 거의 동일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슬립컴퍼니'라는 곳에서 매트리스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추측으로는 밸런스온이 만든 토퍼도 퍼플 매트리스와 거의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현재 밸런스온 시트를 잘 쓰고 있어서 매트리스도 한번 시험해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토퍼가 아니라 매트리스를 사고 싶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토퍼가 접이식이라서 틈이 있는 것도 좀 거슬려보이고.
앤씰
실(폴리에스터 소재 3D 스트링이라는데,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에어리 매트리스' 등에 쓰이는 꼬불꼬불한 하얀 수세미 같은 소재와 비슷한 계열이 아닐까 싶다)과 유체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매트리스다.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경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에 꽂혀서 직접 전시장까지 방문해봤다. 약 30분 간 '하이브리드' 버전에 누워있었는데, 가장 푹신하게 설정해도 꽤나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옆으로 누웠을 때 어깨가 충분히 가라앉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메모리폼보다는 확실히 덜 들어갔고, 라텍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10단계로 나눠보자면 7~8 정도? 어찌됐건 전체적인 느낌은 일반적인 '에어 매트리스'에 가까웠다. '컴팩트' 버전은 잠깐만 누워보긴 했지만 좀 더 푹신한 느낌이 들긴 했다. 직원 말로는 컴팩트가 더 '실'이 잘 느껴진다는데, 어찌됐건 내가 상상했던 촘촘한 실이 세세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에어 매트리스 느낌에 더 가까웠고, 너무 단단한 느낌이라 제외했다.
아이오베드
한국에서는 와디즈로만 잠깐 팔았고 지금은 구할 곳이 없어서 애초에 구매 자체를 못하는데, 제품 설명만 읽어보면 '에어큐브'가 IOT 기술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압력을 분산시켜 준다고 한다.
대충 이런 느낌인데, 와디즈 구매평을 읽어보니 누울 때 조금 시끄럽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홍보문구대로라면 가장 이상적인 제품이 아닌가 싶다. 현재 코웨이가 회사를 인수했다고 하니 나중에 렌탈 제품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외에도 외국의 에잇슬립 스마트팟이나 이것과 비슷한 컨셉인 듯한 국내의 '다이브'(수면센서), '닥터패드'(온도조절) 등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론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장인 매트리스보다는 이런 새로운 매트리스들에 더 관심이 생긴다. 시장에 안착되기 전에 미리 나서서 써보고 싶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