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입, 새 것에 가까운
취재 중 문자를 받았다. 씨네21 공모전 우수상에 당선됐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속으로 '우수상이라는 건…최고는 아니라는 거네요?'(feat.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곧 전화 통화가 왔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신이 나는 속마음을 감추고 아주 침착하게 받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부산일보 때도, 박인환상 때도 난 항상 전화는 침착하게 받았다. 어쩌면 인터뷰에 적힌대로 "뭔가 극적으로 달라질 거란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인지도.
인터뷰 하러 가서 "신인이 아니셔서 고민이 있었다"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중고 신입이라 조금 겸연쩍다"라고 답했다. (흥미롭게도 씨네21 공모는 블라인드 방식이 아니다) 국내 영화평론 공모는 대부분 자격 제한이 없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이 모든 공모는 대부분 신인을 뽑는 자리다. 나도 당연히 그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역시나 다시 생각해도 이 모든 상황이 겸연쩍다.
심사평을 보니 최종심에 오른 사람 중 나 말고도 경력자가 여럿 있던 모양이다. 최종심에 이름이 언급된 정우성 씨는 아마도 2021년 영평상 신인평론상을 받은 분인 것 같고(동명이인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영화평론 업계도 어쩌면 우리네 취업시장과 별반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역시 모든 건 연결돼 있다.
아무튼 머리가 한창 '거지 존'이라 소가 핥은 꼴로 지면에 박제된 게 부끄럽지만, 그걸 빼면 다 기쁘다.
이제 최소한 1년은 개점 휴업이 아니라 '정상 영업'이 되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