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대 근무 간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
2022년 초부터 2024년 초까지 총 2년의 시간 동안 나는 기동대에 머물렀다. 근무가 워낙 단순하고 어려울 것이 없어서 업무나 근무 패턴 등은 반년 정도가 지나갈 쯤에 이미 몸에 익어 있었다. 지구대에서 교대 근무를 해나갈 적에는 밤낮이 쉴 새 없이 바뀌어서 몸살을 앓았지만, 기동대는 가끔 있는 새벽 출근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주간 근무로만 이루어졌었기에 건강도 한참은 더 좋아졌더랬다. 생활하는 데에 활력도 넘치고, 바쁜 집회나 시위가 없는 날이면 사무실에서 개인정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 이보다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이 있을까 싶은 나날들이었다.
사실 경찰 공무원이 된 뒤로 퇴사에 대한 생각은 늘 있었으나, 어떤 일들을 해나가야 할 지에 대한 뚜렷한 계획 자체는 없는 상태였다. 이십 대 후반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즈음이어서 조급할 만도 했지만, 어쩐지 지난 경험들로 말미암은 근거 없는 자신감은 그대로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경찰이 되고부터는 스스로가 무슨 일을 해나가든 굶지는 않을 녀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달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해내고자 해왔던 일들은 기어코 해내며 살아온 삶이었기에, 앞으로도 쭈욱 그럴 것이라는 귀납적 추론이 어느 정도 명확해진 상태였다. 그저 무엇을 할지 떠올리는 일만이 나의 숙제였던 셈이다.
어떤 일을 해나갈지 고심하는 와중에도 투자에 대한 관심은 이어갔다.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어떤 일이든지 보다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중앙경찰학교에 있을 당시부터 멋모르고 코인 투자를 해 큰돈을 만져본 경험도 있었으니, 나름대로 제대로 된 투자 원칙을 세우고 경험을 쌓아나간다면 괜찮은 투자실력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나름대로 적중한 셈이다.
글로벌 경제 매크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름의 투자 기술들을 터득한 끝에 꽤 괜찮은 수익률을 올릴 정도로 투자 실력을 길러낼 수가 있었다. 주식과 코인, 그리고 외환 등의 관련 유튜브 영상들과 교보재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기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단련해 나갔었다고. 무슨 일이든 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간 투자를 한다면 어느 경지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덧 당장에 직장을 그만둔다 해도 투자만으로도 경제적 부분들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고, 나는 그 시기와 해나갈 일을 두고 잠깐의 고민을 이어나갔다.
당시에는 성공에 관련된 자기 계발 서적을 들여다보면서, 인터넷 관련 사업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었다. 비교적 무자본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중개 판매나 구글 애드센스 등의 블로그 수익화 전략,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에 관련된 지식들을 쌓아나갔다. 결과적으로 철저하게 나의 흥미와는 맞지 않아서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는 괜찮은 정보들이었다. 현대에 들어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방식들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단순히 노동만으로 일구어 내는 1차원적인 소득을 넘어선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이 마르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물 밖의 세상을 탐구하는 데에 늘 관심을 기울여야 생존 확률도 그만큼 늘어나는 법이다.
투자 공부도 하고, 또 나름대로 적성에 맞는 일들도 찾아나가면서 동시에 블로그에 계속해서 글을 작성해 나갔다. 매일매일 틈틈이 쌓아가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퇴사 준비를 거듭하면서 떠가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게시물로 남기거나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을 꼼꼼히 기록해 나갔다. 훗날 그런 습관들이 바탕이 되어서 이제는 매일매일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있을 정도로 글솜씨도 좋아졌고, 브런치에 글을 연재해 나가면서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잊고 있었던 소설에 대한 꿈도 차근차근 키워나갈 수 있었다. 기동대에 머무는 동안 완성시키지는 못했지만 한 달 정도 다른 플랫폼에 소설을 연재했던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문학적 감성들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뚜렷하게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꿈꾸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다방면으로 힘써나가며 차근차근 퇴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확정적으로 나아갈 방향이 보이지 않기는 했어도 어쩐지 초조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황에서 무언가를 저지르기보다는, 일단 저지른 다음에 차근차근해나가는 방법들이 나에게 더 맞는 편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완벽'에 집착할수록 그 어떤 일도 해낼 수가 없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이직이나 퇴사를 생각하고, 또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느 때이고 완벽한 준비란 갖추어질 수 없다. 그저 부지런히 다양한 길들을 모색하는 가운데, 지지부진해진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칼을 빼들어 내리쳐야 한다. 나의 퇴사는, 그런 식으로 차츰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