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1년 이상을 지속한다는 건, 참으로 장한 일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오직 스스로가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가지 일을 1년간 꾸준히 해 나간 적이 있었던가?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삶 속에서는 지금껏 없었다. 오래 해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학교를 다니며 학업에 정진했다거나(그마저도 성실히 공부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돈을 벌기 위해 몇몇 직업에 발을 들여 몇 년인가 출퇴근을 반복하거나 했었지만, 그와 같은 지극히 당연한 사회적 시스템의 속박은 누구나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일정 부분 나의 열망이나 소망이 담기어 있기는 했겠지만, 그것은 내가 사회적으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이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면(그리 원하지도 않았지만) 굳이 고등학교까지 진학했을까? 누군가로부터 매월 풍족한 정도의 돈을 받을 수 있었다면 내가 과연 일정한 직업을 얻어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이나 했을까? 답은 당연히 '아니요'. 내가 길게 지속했던 일들은 나의 기호나 흥미가 아니라 하나같이 다 나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요구와 거기에 대한 나의 암묵적 수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자신의 소망이나 꿈을 억누른 채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이 글은, 그들의 그런 선택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고자 써 내려가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나 스스로가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데에 회의를 느끼는 부류에 속하면서, 나의 지난 백수 생활 속에서 마침내 그런 사회적인 조건들로부터 자유로운 일을 해 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한편으로 사회적인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삶도, 우리 사회 속에서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그런 방식으로 빛날 수 없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작년 9월의 글로벌 경제적 위기로 인해 초래된 개인적 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거머쥐었던 삶의 자유를 다시금 내려놓을 생각을 했었다. 퇴사한 지 반년 정도가 흘렀을 무렵이었다. 생각만큼 전업 투자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주머니 사정도 여유를 잃게 되니, 무슨 일이든 돈이 되는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압박이 찾아왔었다고. 어디 공사판에 나가서 막일이라도 해야 하나? 퇴사하기 전에도 관심을 가졌던 목수라는 직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이어가던 찰나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지금까지 어떻게든 이어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하게 될 일들을 '열심히' 해 본 적은 있었나?
나는 그 질문에 선뜻 긍정으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경제적인 사정이나 현실적 여건 등을 핑계로 단순히 취미 정도로 치부해 왔던 '글쓰기'를 단 한 번도 진심을 다해 나의 일상 속에서 가꾸어나간 적이 없었던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하루키와 같이 매일 소설을 쓰며 일상을 꾸려가고 싶다는 소망을 언제나 내 안에 품어 왔지만, 항상 지금 당장의 현실을 살아내는 데에 급급하여 미루고 또 미루기만을 반복해 왔었다. 일단은 안정적인 직업, 일단은 경제적인 여유, 일단은 시간적 여유... 항상 그 일은 뒤로 밀리고 또 밀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어느덧 나는 서른 하나라는 숫자를 짊어지게 되었지만, 그토록 원하던 글쓰기는 내 삶에서 아주 약간의 지분만을 위태롭게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과거에 대해 반성했고, 얌전히 내면을 오르고 올라 보다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내 삶을 조망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삶은 읽고, 쓰고, 철학하는 데에 있으니, 우선은 그 활동에 집중해 보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본격적인 글쓰기를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블로그에 매일 글을 한 편씩 발행하겠다는, 말하자면 블로그 1일 1 포스팅이란 커다란 목표 하나를 세운 뒤에 차근차근 실천해 나갔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나로서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봇물이 터진 모양새로 이런저런 글들이 나로부터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인생, 사랑, 습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책에 대한 감상,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생각 등 내 삶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글감을 뽑아내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써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사랑에 대한 글을 하나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 브런치 북을 연재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는 시간에 홀로 소설을 끄적이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글에 파묻힌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몇 개월 정도 흘렀을 때, 매번 반복적인 어휘나 문장만을 구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적확한 타이밍에 친한 형으로부터 독서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이 왔던 것이다. 모든 일들은 그렇게 내가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 뒤로 한꺼번에 물밀듯 닥쳐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나를 둘러싼 온 우주가 나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듯했다.
1년간 지속되었던 블로그 포스팅의 여정은 정말이지 나의 글쓰기 인생에 커다란 밑바탕이 되어 주었다.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삶의 진리라든가, 일상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기준점을 깨우치도록 했다. 그저 단순히(혹은 무심코) 살아갈 뿐인 삶을 한 번 더 글로 풀어내면 인생을 두 번 살게 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글쓰기는, 사랑하는 사람과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을 더욱더 값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해 주었고, 때때로 불쾌한 감정으로 보내야 했던 하루는 그 나날들 속의 내 감정을 깊이 있게 곱씹도록 하여 내면의 치유를 돕기도 했다. 아무런 기준도 없던 백수의 삶에 나름대로 긴장감을 주기도 했고, 매일같이 그런 긴장감을 극복해 나가는 가운데 꾸준함의 힘에 대해서 다시금 배울 수 있게 했다. 여러모로 매일 글을 쓰는 행위는 내 삶을 한 층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마침내 다시 돌아온 2025년 9월에 이 계획을 마무리지었을 때에는, 1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진 글솜씨를 지닌, 글을 쓰는 데에 충분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막상 9월이 되자 2년에서 3년 정도 더 이어가 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블로그에 매몰되어 다른 일들의 진행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기에 아쉽지만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1일 1 포스팅 계획은 매일 글을 써 나가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발판이었으니, 그 소기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했다는 위로와 만족을 바탕으로 블로그를 내려놓았다. 당시에는 블로그에 글을 써 나갈 에너지를 온전히 소설에 쏟아부어야 마땅한 시기에 당면해 있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충분히 단련된 글력(?)을 통해 장편 소설의 초안을 완성시킬 수가 있었다-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풀어놓을 예정이다.
15년 전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이 한창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간단히 말해, 무슨 일이든 1만 시간을 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법칙을 내용으로 담은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 법칙이 한창 유행할 때 그 내용에 깊이 공감하고 실천하고자 했지만, 여러 여건들, 혹은 핑계들로 인해 당시에는 실천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른이 넘은 지금 시점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내가 원해왔던 글쓰기라는 일에 나름대로 시간을 쏟아부어보니 그 법칙의 위력에 대해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은 심정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 글쓰기에 쏟아부은 시간은 1~2천 시간 정도 되려나? 정말로 이 짓을 다섯 번 정도 더 반복한다면 세계적으로 유망한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당연히 농담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일단 1천 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정보가 흘러넘치고 좀처럼 집중하기 힘든 환경에 놓인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1천 시간 정도의 꾸준함이 중첩된다면 웬만한 분야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 해보고 싶다거나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당장 1년 동안 꾸준히 시간을 들여 쌓아 나간다면 어느 쪽으로든 길은 보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별다르게 내세울 것도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지만, 나는 스스로 성장했음을,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명확하게 깨닫고서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껏 해내지 못했던 2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의 완결도, 이런 브런치 글과 같이 장황한 글-누군가는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할 만한 분량이라 해도 나에게는 꽤나 긴 편에 속하는 글이다-을 짧은 시간 안에 쓸 수 있게 된 것도 다 1년 간의 수행이 있었던 덕분이다. 앞으로가 더욱더 기대되는 것은, 이런 뚜렷한 성과들이 꾸준함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고 있는 덕분일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의 바탕이 되는 경험이 바로, 지난 1년간 있었던 블로그에서의 꾸준한 여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여정은 나에게 하나의 꾸준함을 보증하는 훈장이자,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은, 그런 부적과 훈장들을 무수히 내면에 진열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