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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필 Oct 28. 2024

이별을 고려해야 할 때

정말로 두 번 다시는 마주하지 않을 사람에 대해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 끝난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속에 나오는 대사이다. 그렇다.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면서 만남을 시작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별을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어차피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겪어야만 하는 죽음 앞에 우리는 언제나 확정적인 이별이라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 서로에게 안녕을 고하는 것은 이별이라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저 멀리 있던 이별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좀처럼 쉽사리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언제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언제 어느 시점에 그것을 들여다보고 꺼내 들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적인 문제일 뿐이다. 각양각색의 연인들이 있는 만큼 각양각색의 이별의 이유들이 존재한다. 가장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성격 차이부터 시작해서, 말버릇, 혹은 사소한 습관들, 그리고 술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점들, 친구 관계 등 우리는 이별까지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애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문제점들과 마주하게 된다. 어떤 문제들이 되었든 언제나 정도가 지나친 것들에 대해서 만큼은 헤어짐이라는 꽤나 중대하고도 큰 결심을 우리들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결점이나 결핍을 가지고 있고, 그로 말미암아 실수를 하게 된다. 사귀기 전이나 연애 초반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상대방의 부정적인 단면을 어쩔 수 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대화나 감정의 교류들을 통해 그런 문제점들을 극복해 나갈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반복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들이 이어진다면, 그 사람과 나의 관계의 한계점이 임박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어디까지 참고 견딜지는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잘못과 실수에 대한 충분한 대화 이후에도 상대방이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관계에 대한 노력의 결여를 뜻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이별의 신호를 애써 무시하지는 말자. 더 큰 재앙과도 같은 순간을 마주하기 이전에 끊어내는 것도 내 삶을 위하는 하나의 지혜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약속하면서 만들어진 관계 위에 더 이상 그런 존중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이는 무분별한 감정 소모와 상처만이 늘어갈 뿐이다. 존중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존중이 없는 상대방에게서는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말자. 어떤 기대이든 커다랗게 부풀어 더 큰 실망으로 되돌아와 자신을 짓누를 뿐이다. 반대로, 스스로가 상대방에 대해서 존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주변 환경으로 인해, 혹은 그 사람과의 끈질기고도 지지부진한 관계에 지쳐서 상대방에 대한 인내심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과감하게 놓아주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인내와 존중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서로에게 많은 시간과 감정들을 투자한 뒤에 소모된 것이니 관계에 있어서 미련을 가질 필요도 없다. 더 나은 시간,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과 기회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존재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지나치게 과도한 집착이나 매달림으로 감정을 소모하고 있다면 그 관계 역시 위험한 것이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물론,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겠지만, 그런 시간의 길이가 상대나 나에게 부담이 될 정도로 길어져버린다면 인생에서의 균형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된다. 자신의 인생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견고히 해나가는 애정이 담뿍 담긴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우리의 인생에 그 무엇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균형 유지가 힘들어진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상대방, 혹은 나 자신의 집착이 서로의 노력으로도 충분한 합의점을 찾아나가지 못하는 순간에 이르게 된다면 우리는 역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물론, 지금껏 이어온 관계를 손쉽게 놓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하지만, 결국엔 모든 것들이 나의 인생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못해낼 것도 없다. 연애 역시 나의 인생을 위한 이기심으로 시작된 것이니, 냉철해야 할 순간에는 철저히 머리를 식힌 상태에서 스스로의 인생만을 떠올려보도록 하자. 


사랑을 이유로 헤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을 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말이 된다. 어디까지나 노력의 문제이다. 사랑을 이유로 노력해 나가고, 그 노력이 다한 뒤에도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그 관계를 놓아주는 선택만이 남을 뿐이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이해한다면, 이별의 순간 앞에서도 꽤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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