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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필 Oct 25. 2024

타인을 먼저 사랑해 보기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을, 사랑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


인간은 스스로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나가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스스로 이것저것 홀로 탐색하고 실천해 나가며 알아갈 수도 있지만, 주변사람과 서로 부대끼며, 혹은 주변의 누군가를 따라 시도해 보면서 그런 적성들을 찾아나가기도 한다. 사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나 홀로 모든 것들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사람은, 세상에 나면서부터 진리를 깨우친 부처 외에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타인도 아낄 줄 모른다'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이 말은 즉,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아낄 줄 아는 법이라는 말이 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디까지나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고 해도, 자신에 대한 애정을 타인에게까지 넓힐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따져야 할 경우의 수가 상당히 많은 것이니 말이다. 이런 말을 근거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사랑을 미루는 것은 심히 어리석은 행위이다. 나는 오히려 타인을 사랑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에 대한 애정에 확신이 없고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한 번쯤 타인에게 막대한 애정을 쏟아보도록 하자.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는 가정 하에, 우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모두 부모님을 통해 어느 정도 사랑을 받고 자라왔을 것이다. 다만, 그것에 대한 인식을 좀처럼 하지 않아서 늘 사랑에 대해 막연한 느낌만을 품으며 살아왔을 뿐이다. 우리는 그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본 만큼 어떻게 주는지를 무의식적으로라도 이미 알고 있다. 


이상하게 많은 무리들 사이에서 그 사람만이 보이고, 유독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그 존재에게 한 번이라도 그런 관심들을 더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은 무조건적이기에, 우리의 풋풋한 첫사랑은 그렇게 아무런 계산 없이 시작되곤 한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사랑받고 싶어 한다. 괜히 한번 웃어주면 좋고,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어릴 때부터 우리는 이미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다. 단지, 감히 정의 내릴 생각을 못했을 뿐이다. 


흔히 짝사랑으로 시작되곤 하는 우리의 첫사랑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막연한 감정으로 대상에 대해 애틋함을 품으며 사랑에 대한 정의를 시작한다. 그 대상이 아이돌이든, 교회 오빠이든, 옆자리 여자아이이든 말이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사랑을 주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정의 내리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대부분 받는 것보다 주는 행위를 통해 사랑의 형태를 조각하곤 한다는 데에 큰 이론(異論)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행위를 통해, 내가 사랑에 빠지면 어느 정도까지 헌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헤아릴 수 있고, 거기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에 어느 정도로 스스로가 만족하는지를 통해서 사랑을 주는 행위에 대한 결괏값을 도출해 낼 수도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신에 대한 사랑의 크기와 타인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비교해 볼 기회도 얻게 된다. 타인에게 애정을 쏟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도 좀 더 애정을 쏟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될 것이다. 


꼭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까지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미룰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좀처럼 자신을 존중할 수가 없는 상황 속에서 지나친 완벽주의에 잠식당해 만반의 준비를 하다가 좋은 사람을 놓치지는 말자. 여유가 되는 선에서 어느 정도만큼만 상대방에게 마음을 주면 될 일이다. 상대방이 그에 응하여 사랑을 조금씩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 사랑을 키워나간다면, 어느새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랑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은 좋으나, 지나치게 미루어 가며 자신을 사랑으로부터 떼어놓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완벽한 사랑도 없고, 완벽한 사람도 없다. 서로 의지해나가며 좋은 감정들을 나누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자신을 돌봐야 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무리하게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지나친 에너지 소모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일이든 몰입을 과하게 하면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돌진하라는 말도 결코 아니다. 자신에 대한 애정을 끌어올리고 사랑에 대한 정의를 한껏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니, 자신만의 욕구를 채우려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감정교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낸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타인을 사랑하는 것에 한해서는 일단 저질러 보라는 말이 된다. 나 자신의 여유, 상황적인 문제들 때문에 고민되는 것이라면, 일단은 부딪쳐 본 다음에 후회하는 편이 훨씬 낫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놓칠 관계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는, 시작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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