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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북 Aug 20. 2022

4. 정신없이 몰아쳤던 출장과 야근

왜 이렇게 급해야 하는 걸까 하면서도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곧 인도 출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독일 출장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더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독일에서 했던 업무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팀원도 있었고, 커뮤니케이션을 현지인보다 현지에 있는 주재원 및 한국 직원분들과 많이 했기에 불편함은 크게 없었다.

그런데 인도 업무의 경우는 달랐다. 우선 회사에서 그 업무를 맡아 출장을 가게 된 사람이 나 혼자였다.

업무 요청을 한 고객사 담당자 두세 명과 함께 일을 해야 하고,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현지 직원들과 소통해야 했다.


인도 출장일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가야 하는 상황은 맞으니 비자 발급을 진행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독일 출장 막바지에 인도 전자 비자를 신청했다. 인도 전자 비자 신청 시 필요한 건 명함 사진과 개인 사진, 그리고 일정 비용이었다.

명함이야 마침 독일 출장을 오면서 영문판으로 들고 왔기에 무리가 없었는데, 사진에서 걸렸다. 당장 이 근처에 사진관을 찾아 찍는 것도 말이 안 됐다.

결국 팀장님께 부탁드려서 객실 벽을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배경이 하얗게 보이도록 그림판으로 열심히 칠했다.

그림판으로 픽셀 하나하나 단위까지 수제로 작업한 정성 덕분인지, 비자 신청은 원활히 진행이 되어 귀국하는 날 무사히 나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 정확히 딱 일주일이 지나기 전, 현충일에 다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돌아온 주말에 바로 캐리어에 있는 모든 옷을 여름옷으로 바꿨다. 그 와중에 얇은 옷이 많지 않아 급하게 쇼핑하러 다녀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휴일이라 쉬고 있을 날짜에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가는 기분은 그냥 현실감이 없었다. 분명히 얼마 전에 돌아왔는데 또 나가는 게 실화인가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급하게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러니한 건 결재를 받아야 할 서류 절차는 복잡했다.

도대체 대리 한 명 출장 나가는 건이 왜 팀장과 실장, 그리고 사업부를 넘은 임원선까지 결재가 필요한 것인지...

게다가 결재가 완료되지 않으면 비행기표를 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출장 계획서를 만들어 품의를 올리며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야만 했다.

그 와중에 먼저 인도에 도착한 고객사 담당자에게는 계속 연락이 왔다. 물론 독일에서 돌아오자마자 급하게 와야 하는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서둘러줬으면 좋겠다고.


출발일이 6월 6일이었고, 그 표를 끊은 날짜가 6월 5일이었다. 6월 5일에 발권하기 위해 6월 4일 저녁까지 야근을 했다.

마지막으로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담당자에게 출장 협조전에 결재를 해달라고 메신저 쪽지로 요청하니, 왜 이렇게 늦게 요청을 했냐는 말씀과 함께 다음에는 미리 해달라고 하시면서 승인해주셨다.

승인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왜 이렇게 늦게 요청을 했냐'는 부분에서 문득 서러움을 느꼈다. 나도 이렇게 무리하면서 일찍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내용을 적어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먼저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검토해주셔서 감사드리고, 갑작스럽게 요청한 점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5월 30일 독일에서 귀국 후 고객사로부터 빠르게 와달라는 긴급한 요청을 받아 이번 출장 건을 준비하다 보니 출장일에 임박하여 요청드리게 되었습니다.

차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많은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쪽지를 보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신이 왔다. 

일정이 어떻게 그렇게 다급할 수 있냐고 안타까워하면서, 건강 조심하라는 내용이 적힌 답신을 읽으니 왠지 속이 후련했다.


출장을 가서도 야근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때는 지치는 줄 몰랐다. 그만큼 상황이 급하고 정신이 없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고 있다는 걸 쉽게 인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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