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해?”
이런 질문에 요즘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주말에 뭐하지?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늘 주말을 기다렸던 이유가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서 실없이 웃고 떠든다거나,
극장에 가서 아무 영화나 보고 나온다던지,
시간을 내서 서점이나 전시회나 축제 같은.
그땐 뭐든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고,
목요일쯤 되면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주말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30대 중반이 되고
학교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최대한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집에 틀어 박혀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애써
‘나는 원래 집이 좋아.’ 라거나, ‘다음 주를 위해서야’ 같은
핑계만 늘어갔고, 주말은 전처럼 신나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예전 20대 때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수씨는 주말에 뭐하세요, 남편이랑?”
이 질문에 와이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면서 대충 이것저것 한다느니, 요즘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라느니
핑계를 둘러 대면서 내 얼굴도 화끈해졌다.
‘아 나는 도대체 뭘 하는 거지?’
일이 바빠서 너무 힘이 든다고 너무 방치했던 건
내 주말 흘러가는 시간 만은 아니었다.
아이 없이 둘이 살기로 결정하고,
그만큼 재밌게 보내야 할 우리 부부의 관계를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말에 시간 내서 카페에 갈까?”
“카페엔 뭐하러 가..”
“나 수업 준비도 하고, 너 그림 그리는 것도 보고 놀지 뭐.”
생각보다 신이 나서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충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같이 나가는 게 얼마만인지..
우리 부부의 연애도 다른 연인들처럼 신이 났다.
같이 해보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나누고 싶은 게 넘쳐흘렀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나
익숙함에 압도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말들이 이어졌다.
“거기 전에 가봤는데 뭐.”
“방학 때 시간 나면 가자.”
“에이, 그 영화 별로래.”
처음에는 치열할 만큼 고민했던 계획들이 시시해지고
사진첩을 정리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앨범엔 관심받지 못한 사진들만 늘어가다,
옛 친구의 물음 하나가 나를 세게 때린 것처럼 정신을 차리게 한 것 같다.
오늘 나는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고,
와이프는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도 재밌고,
서로 커피를 몰래 마시는 것도 즐겁다.
동네 카페지만 나름 옷 컬러도 맞추고,
손 잡고 걸어 나온 길도 너무 좋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좀 더 먼길을 골라야지.
화분 하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일이 되면 다시 주말이 기다려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