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 내가 꼰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SF물은 책이든 영화든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뭐든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실제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비 현실적인 SF나 판타지 같은 이야기들은
최대한 의식적으로 멀리하면서,
내 취향이 아닌 것들을 다소 폄하 하는 나쁜 버릇도 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경험하고 배웠던 것들이 진실이며, 그 속에서 사고하는 게 올바른 것이라고 우겼던 것 같다.
이 책은 프록스라는 외계들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찬양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폴란드인들에게 주어졌던 구 소련의 관리와 지배에 대해
폴란드 정부와 사회가 저항보다는 적극적인 수용의 자세를 취한 날들에 대한 비유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어린 ‘팀’이라는 소년이 갖게 된 작은 의문 하나가
프록스 지배의 부당함과 지구인들의 태도의 모순을 점차 파헤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 개개인마다 느끼게 될 감정은 정말 다양할 것 같다.
누군가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체제나 사회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른 누군가는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는 태도를 지지 하게 될 수도 있겠다.
나는 그동안의 내가 갇혀있던 ‘현실’이라는 틀과
그 현실 속에서 경험한 것만이 ‘진실’이라 생각하는
편협한 내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 속에 나온 선의의 외계인 프록스들이 나를 가두었던 틀이며,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찬양하고, 그들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에게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과연 그 때도 이를 부정할까?’
요즘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전부터 존재한 말이었고, 당연히 나도 알고 있었던 그 단어가,
예전에는 상대를 향하는 말이었다면, 요즈음은 내 자신에게 겨누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른이 어느 덧 절반 가량 넘은 시점에
내 스스로가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과 마주할 때
너무나 소극적인, 아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어린 ‘팀’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아는 사실들이 당연한 진실이라 답하게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