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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렉탄 Apr 29. 2023

우연이 운명을 만든다?

운명 속에 담긴 '선택'

혹시 우연이 운명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생각보다 우리 인생에는 우연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 좋아하는 취미, 여행지에서 발견한 '우연한' 경치 등등..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걸 하나하나 의도를 담아 미리 계획하고 선택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도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를 학원에서 우연히 만났었습니다. 


우린 서로 전공도 달랐고, 학교도 달랐죠. 


오늘 소개드릴 명언은 우연 속에도 우리의 선택이 담겼음을 이해하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오늘을 만들어간다는 걸 알려주는 명언입니다. 



  "운명에는 우연이 없다. 인간은 어떤 운명을 만나기 전에 벌써 제 스스로 그것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우드로 윌슨(1856~1924)


1. 남부 출신의 진보개혁가?-우연히 전쟁에 휘말리다


늘의 명언은 1차 대전 시기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이 남긴 명언입니다.


우드로 윌슨은 어린 시절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목사였고, 부모님은 그가 종교인의 길을 걷길 바랐죠.


노예제 찬/반을 둘러싼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윌슨의 가정은 남군 병사들을 돌봐 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의 고향이었던 버지니아 주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편에 섰고, 남부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동네 이웃으로 생각하며 남군 병사들을 돌봐주었기 때문입니다. 


정작 윌슨의 조부는 노예제를 반대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우연입니다.


그런데 윌슨은 대통령이 된 이후엔 상당히 '진보적'인 개혁들을 시도했습니다. 


부정부패로 얼룩졌던 미국의 행정체계를 바로잡고, 기업들의 독점을 금지했으며 국제적으로는 평화론을 언급했죠.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미국인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1차 대전에 참여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그는 '운명'처럼 전쟁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치머만 전보 사건(독일이 멕시코에게 과거 미국에게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아 주는 조건으로,  동맹을 맺자고 한 제안이 유출된 사건)으로 여론이 급변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내막엔 대단한 우연이 있었습니다.


전보의 암호를 도청한건 영국군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행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일도 이런 위험한 전보를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정기선으로 전보를 '몰래' 보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출발하려던 배가 결항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독일은 미국에 있던 전신국을 경유해 전보를 보내게 되었죠. 


때마침 전보는 영국 첩보부가 몰래 도청하던 롱아일랜드 전신국을 경유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영토마저 위협하겠단 독일의 야심을 본 우드로 윌슨은 그간 유지했던 평화중립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의 정치 인생도 우연히 시작된 면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시절 박사 학위를 따고, 프린스턴 대학의 총장까지 올랐고 몇번이고 정치입문 제의를 거절했죠.


그러다 학교 운영 문제로 갈등을 빚다,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고 느껴 그간 거절해 왔던 정치에 입문하게 됩니다. 


2. 스스로 만들고 있었던 '운명'



이 과정들을 보면 그의 삶에서 '우연'이 차지한 비중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자신이 회고하듯 윌슨은 우연해 보이는 운명을 이미 스스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앞서 윌슨의 부모가 남군을 도왔단 기록이 남아있다고 했지만, 윌슨의 집안은 '개인의 신념'으로선 노예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믿었습니다.


독실한 신앙인 집안답게 노예들을 위한 일요일 학교를 설립하고 가르쳤습니다.


미국 흑인에겐 투표권 조차 없던 시절이란걸 생각하면 대단히 '진보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윌슨이 대통령이 된 뒤에 추진했던 개혁은, 학자 시절 고민했던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그 시절 미국은 넓은 영토와, 여러 주로 분리되어 있는 환경 문제로 행정 부패가 심했습니다. 엽관제라고 불리는, 돈이나 권력으로 직위를 사는 풍토도 만연했죠.


정치인을 지망하지 않던 시절에도, 그는 꾸준하게 행정을 연구했기에 개혁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3.'나'를 둘러싼 우연과 선택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얼마 전 SNS를 하다 무심결에 본 한 문장에 꽂혔기 때문입니다.


"우연이 운명을 만든다."라는 캘리그래피가 참 예쁘면서도 마음에 와닿더군요. 곰곰이 제 자신을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만 같았습니다.


친구도, 취미도 우연이 많아 보였어요.


우선 친구부터 말해볼까요? 20년 전쯤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를 학원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심지어 서로 듣는 과목, 강의도 달랐는데 말이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낡은 헌책을 그 친구가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더군요.


톨스토이를 좋아하는 저는 한달음에 달려가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취미인 만화도 그렇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만화방에서 <소년탐정 김전일>을 읽게 되었죠. 


김전일의 원작이 일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고, 일본이 궁금해져서 일본어를 공부하다 교환학생으로 왔던 일본인 학생과 연애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던 그 친구를 따라 전시회에 다니는 취미를 갖게 되었고, 지금도 그림 보기를 좋아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연을 무시할 순 없겠단 생각이 들다가도, 오늘 루스벨트의 명언을 보니 제 자신의 선택도 무시할 순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톨스토이를 읽지 않았더라면?, 만화방에 갔더라도 김전일을 읽지 않았다면? 읽었더라도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제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결국 우연처럼 보이는 순간 앞에서도 '선택'은 늘 나 자신이었습니다.


오늘의 글은 SNS에서 '우연히' 본 문구로 쓰게 되었지만, 글을 쓴 선택은 제 자신이 한 것 입니다.


구독자님들이 우리 인생의 여러 우연 속에서, 좋은 선택을 쌓아가시길 응원해 봅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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