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홀로서기

교수님께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 1

색맹이냐?

by 지인

나는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었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의 학생이었다. 정시로 지원한 학교에 붙어 이제 디자인의 'ㄷ'에 대해 알아가야 하는 어린 아이였다. 다른 친구들은 거의 미술학원에서 기본 교육을 받았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모두 익혀온 학생도 있었다.


나는 '포토샵'을 처음 다뤄봤으며, '어도비'가 회사 이름인 것도 몰랐다. 1학년 1학기를 꾸역꾸역 따라가서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른 날, 나는 교수님께 "너 색맹이냐?" 라는 소리를 들었다.


기말고사는 포스터 디자인이었다. 나는 하늘색 배경에 지구 사진을 동그랗게 잘라 가운데에 넣었으며, 타이틀은 크로마키같은 녹색에 서브타이틀은 검붉은 핏빛 빨간색을 사용하였다. 지금의 내가 그 디자인을 봤으면 눈을 가렸을 지경이었다.


교수님은 정말 걱정돼서 물어보셨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렸던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고, 집에 가서 엉엉 울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교수님이 나보고 색맹이래.."


나는 엄마가 달래주실 줄 알고 유치원생처럼 일렀던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학창시절(초, 중, 고) 미숙한 그림 실력으로 수행평가를 완성해 보여드렸을 때는 항상 밝게 웃어주시며 칭찬만 하시던 엄마였다. 그런데 이번엔..


"교수님께 그런 말을 들었으면 울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지."


엄마의 표정은 차가웠고 목소리는 단호했다. 엄마와 나 사이에 냉기가 돌았다. 30초쯤 지났을까. 대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책을 내어주시며 "공부해" 라고 하셨다.


그 날부터 나는 방학기간동안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색에 대해서 공부했다. 피곤이란 것을 잊을 정도로 공부에 몰두했던 것 같다. 난생 처음으로 알아가는 재미를 찾으며, 하나를 알면 두 개가 궁금해지는 신기한 현상을 겪었다. 하루 3시간을 자며 알바가 끝나면 새벽까지 프로그램 공부를 했다.


누군가에겐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일이고, 나에게도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자극제로 삼아 '나는 색으로 승부를 보겠어!' 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컬러리스트 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색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색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상처가 되는 말을 "이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사실 상처를 받았고, 많은 눈물을 쏟았다. 이것을 극복하는 외롭고 고된 시간을 견디고 나면, 내가 힘든 만큼 나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돌아오는 것 같다. 이제는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이 소중한 경험을 직접 겪으며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계속 발전해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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