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서 시작된 사랑 - 사랑과 결함

사랑이 전부였을 때, 우리는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을까.

by 유진


출처: 구글


“나는 나를 돌아보는 데 미숙했다.

일은 졸렬하게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좋아했다.

사랑에 있어서는 늘 나를 함부로 대하고 선을 넘어버렸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공허함이 큰 지민.
겉으로는 이성적이지만, 감정 앞에서는 늘 한 발 물러나는 경훈.

둘의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
결핍에서 비롯된 ‘견뎌냄’에 가까워 보였다.


사랑은 흔히 기대되는 구원의 서사가 아니다.


이 소설 속에서 사랑은
그들이 이미 지니고 있던 결핍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의 ‘사랑’이
치유가 아닌 노출이며,
완성이 아닌 균열이라고 느꼈다.


지민은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사랑에 몹시 목말라 보인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건
누군가를 향한 애정보다
내가 과연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
스스로를 검열하고 존재를 입증받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지민은
끊임없이 관계 안에서 흔들린다.


경훈은 지민의 이러한 결핍을
감당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이면에는 회피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에게 사랑은 도망치고 싶은 것이다.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끌어안기보다는 견뎌내는 것.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어긋난다.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서로에게 사랑을 다짐한다.

다짐하고 다짐하면 그것이 종국에는 사랑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만
그 원인은 상대가 아니라
결국 스스로에게 있다.


각자의 결함은 관계 속에서 증폭되고,
사랑은 그것을 끝내 감추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았다.


사랑은 정말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때에만
완성되는 걸까.


어쩌면 사랑은
우리를 완성시키기보다
우리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사랑도,
결핍을 안고 있는 사랑도
수많은 사랑 중 하나의 형태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의 사랑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한 트럭의 미움 속에서 미미한 사랑을 발견하고도 그것이 전부라고 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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