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온도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은 늘 같은 온도로 유지되지 않는다.

by 유진


출처 : 구글


“폴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놓여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폴의 손은 언제라도 자신의 손을 놓아줄 태세가 되어 있었고
분명 그것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이 장면에서 이미
폴의 사랑은 드러나 있다.
그녀는 시몽을 사랑했고,
그 사랑은 손을 잡고 있을 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손은
끝까지 붙잡기 위한 손이 아니었다.
언제든 놓아줄 준비가 된 손,
어쩌면 스스로 놓아주길 기다리는 손.


폴의 감정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시몽을 향한 마음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 온도를 끝까지 책임질 만큼의
자신감은 없었다.


그녀는 시몽에게 끌렸고
시몽 역시 폴을 사랑했다.
그래서 이 사랑은 더 슬프다.
사랑이 일방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정의 온도가 극단적으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다만 폴은
그 온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시몽은 젊고, 매력적이며
사랑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앞에서 폴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재어보았을 것이다.


과연 자신이
이 사람의 열기를 받아낼 수 있을지,
이 사랑의 무게를
끝까지 견딜 수 있을지.


그래서 그녀는
손을 잡으면서도
이미 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번 더 그를 품에 안고 그의 슬픔을 받쳐 주었다.
이제까지 그의 행복을 받쳐주었던 것처럼.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그가 부러웠다.”


이 문장에서
시몽은 사랑의 온도 그 자체다.
고통까지도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


어쩌면 폴이 두려워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 불러올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결국 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사랑했지만,
같은 온도에 머물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은 말한다.
사랑이 끝나는 이유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을 감당할 준비가
서로 다른 속도로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채로
그저 엇갈려 버린
감정의 온도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은 나에게
허무함과 슬픔을 동시에 남겼다.

이전 05화결핍에서 시작된 사랑 - 사랑과 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