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같은 온도로 유지되지 않는다.
“폴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놓여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폴의 손은 언제라도 자신의 손을 놓아줄 태세가 되어 있었고 분명 그것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이 장면에서 이미 폴의 사랑은 드러나 있다. 그녀는 시몽을 사랑했고, 그 사랑은 손을 잡고 있을 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손은 끝까지 붙잡기 위한 손이 아니었다. 언제든 놓아줄 준비가 된 손, 어쩌면 스스로 놓아주길 기다리는 손.
폴의 감정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시몽을 향한 마음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 온도를 끝까지 책임질 만큼의 자신감은 없었다.
그녀는 시몽에게 끌렸고 시몽 역시 폴을 사랑했다. 그래서 이 사랑은 더 슬프다. 사랑이 일방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정의 온도가 극단적으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다만 폴은 그 온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시몽은 젊고, 매력적이며 사랑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앞에서 폴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재어보았을 것이다.
과연 자신이 이 사람의 열기를 받아낼 수 있을지, 이 사랑의 무게를 끝까지 견딜 수 있을지.
그래서 그녀는 손을 잡으면서도 이미 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번 더 그를 품에 안고 그의 슬픔을 받쳐 주었다. 이제까지 그의 행복을 받쳐주었던 것처럼.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그가 부러웠다.”
이 문장에서 시몽은 사랑의 온도 그 자체다. 고통까지도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
어쩌면 폴이 두려워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 불러올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결국 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사랑했지만, 같은 온도에 머물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은 말한다. 사랑이 끝나는 이유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을 감당할 준비가 서로 다른 속도로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채로 그저 엇갈려 버린 감정의 온도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은 나에게 허무함과 슬픔을 동시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