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같은 온도로 유지되지 않는다.
“ 그 순간, 나는 완벽하게 이해했다. 나는 이 사람을 잃을 것이다. 지금 그야말로 잃으려 하고 있다.”
어떤 사랑은 끝났다는 사실보다
식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먼저 온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감정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이 책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보다
이미 지나가버린 사랑이
사람 안에 어떻게 남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격렬하지 않고,
인물들은 끝까지
자기감정을 크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처럼 느껴졌다.
아오이와 준세이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다만,
같은 시기에
같은 온도로
사랑하지 못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사랑이 식는 속도를 견디지 못했고,
누군가는 그 온도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나는 이 소설 속에서
냉정한 사람과 열정적인 사람이라기보다,
상처를 피하는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을 보았다.
결국 한 사람은 마음을 접는 쪽을 택했고,
다른 한 사람은 기억을 붙잡는 쪽을 택했다.
둘 중 어느 쪽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열정은 언제나 뜨거울 수 없고,
냉정 역시 늘 차갑지만은 않기 때문에.
사랑은 그렇게
조금씩 식었다가,
다시 미지근해지고,
정신 차려보면
이미 손을 놓친 뒤인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책 속
10년 후의 약속은
로맨틱하기보다
쓸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건 미래를 향한 약속이라기보다
과거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의 마음에 더 가까웠던 게 아니었을까
그 기다림은 사랑이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을
유예하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고,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누군가를 오래 잊지 못하는 이유는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아직 정리하지 못해서일 때가 더 많다.
사랑은 늘 같은 온도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실패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식어가는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사람을 남기기도,
기억으로 밀어내기도 할 뿐이다.
이 소설은 사랑이 끝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그 미묘한 온도를
끝까지 부정하지 않고 바라보게 만들기에
아름답다기보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