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그냥 혼자여도 괜찮았는데,
누군가를 찾았을 때 대답이 없다는 건,
외로워지는 일이다.
그땐 진짜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럼, 원래부터 혼자인 존재는 외롭지 않을까?
태평양 깊은 바다에는 수십 년 동안,
혼자 헤엄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고래가 있다고 한다.
이 고래에겐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데,
그건 다른 고래들과 주파수의 음역대가 달라서
아무도 이 고래의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혼자 망망대해를 헤엄치고 다닌다고.
사람들은 이 고래를 가리켜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했다.
그녀는 궁금했다.
원래부터 혼자인 존재도 외로움을 알까?
세상에 나와 같은 존재가 또 있다는 걸 모르고,
‘함께’라는 의미 자체를 모르는 존재.
꼭, 무인도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처럼.
외로움이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내가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나만 덩그러니 남겨졌다고 느낄 때,
더 커지는 감정이 아닐까.
그때, ‘딩동’ 메시지 알림이 울렸고,
휴대 전화를 확인하던 그녀는 피식 웃었다.
친구는 어울리지도 않게 이모티콘까지 넣어서
유치한 답장을 해 왔던 것이다. - <아주, 조금 울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581
그렇다. 처음부터 혼자인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