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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은 오늘도 자란다

day14

by 이빛소금

2025년 11월 20일 (목) 19:34


어제는 미용실 의자에 앉아있는 내내 하품을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오늘도 그대로 이불과 한 몸일 뻔했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켜 카페로 왔다. 무너지지 않을 거다. 도망치지 않을 거다. 아프면 아프다고 인정하고, 쉬어주고, 다시 충전해서 또 쓸 거다. 오늘은 에세이도 쓰고 소설도 쓸 거라고 마음속으로 작은 약속을 했다. 문제는… 잠만 자서 오늘 쓸 내용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But that’s not really true, is it?

카페엔 처음엔 아무도 없었다. 아주 조용했다. 그러다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님이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인사했지만, 그분은 포장이었는지 그냥 금방 나가버렸다. 그 짧은 장면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남았다.


오랜만에 아빠에게 전화도 했다. 1분 15초 만에 통화가 끝났다. 정말 아빠다워서 웃음이 났다. 지인 몇몇에게 전화했지만 다 받지 않았다. 바쁘겠지, 하고 그냥 넘겼다.


섬유유연제를 바꿨더니 옷에서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난다. 나는 향에 참 예민한 사람이다. 내가 뿌린 향수에 머리가 아파하는… 그런 바보 같은 순간도 있긴 하지만. 향 하나에도 감정이 출렁이는 걸 보면, 나는 역시 온몸으로 사는 사람이다. 카페는 9시에 문을 닫는다. 에세이는 안 써지고, 소설도 아직 한 줄도 못 썼다. “여기서 그만두고 소설로 갈까? 9시까지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좀 웃기다. 결국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은 걸까. 이 글을 읽어주는 ‘여러분’에게? 아니면… 나 자신에게? 그래도 참 좋다.

매일매일은 아니어도, 하루 걸러 하루는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 도망치고 싶은 날에도, 누워만 있고 싶은 날에도, 결국 다시 이렇게 카페로 와서 노트북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의 커피는 내 필명 “이빛소금”의 소금과 제일 잘 어울리는 캐러멜 솔트 라떼다. 단맛은 좀 줄이고, 카드는 안 보여서 계좌이체로 결제했다. 지금 거의 다 마셔서 잔이 텅 비어 간다. 그래도 이 빈 잔을 보면서 생각한다.


I showed up today. And that’s enough.


쓰일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이렇게 한 편의 기록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쓴다.
오늘도 나는 살아낸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다시 일어났다.

새싹은 오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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