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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고, 나는 다시 새싹이 됐다

day13

by 이빛소금

2025년 11월 19일 (화) 25:42


오늘은 점심에 출근해서 퇴근이 늦었다. 소설을 쓸까 했는데, 생각만 하다가 일단 그냥 다시 에세이로. 소설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시간이 오래걸리므로,지금 새벽 한 시가 넘었으므로). 갑자기 손톱이 확 자라서 손톱을 깎고 싶었는데 손톱깎기 이 녀석은 맨날 발이 달려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누워서 목 견인하다가 박차고 일어나서 노트북을 열었다.




새싹이 됐다. NM언니도 내년에 책을 2권 쓸 거라고 같이 성장하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새싹이 됐다. 내일, 내일모레 이틀 휴무이니 원고 투고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추석 연휴에 50군데 했고, 앞으로 최소 200군데에 투고해야지 싶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내 계속 올데이프로젝트의 노래 중에 포토 슛 투투퉁~ 멜로디가 맴돈다. 그러더니 이제는 빅뱅의 뱅뱅뱅의 빵야 빵야 빵야~ 다 꼼짝 마라 다 꼼짝 마가 떠오른다 크크.



쓸까 말까 고민한다고 스레드에 글 올렸는데 이렇게 쓰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 평일 밤이라 우리 동네는 고요하다. 주말 밤엔 여기가 대학교 근처라 시끄럽기도 한데, 평일이라 고요하고 조용하니 좋다. 며칠 전까진 가을이었는데 갑자기 겨울이 왔다. 가을이 짧아져서 아쉽지만 보내줘야지. 겨울아 어서 와.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겨울은 춥지만 따뜻하다. 응? 무슨 소리지? 따뜻하고 포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전기장판도 있고, 또 모닥불도 있고 손난로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도망자였다. 무슨 일만 생기면 도망쳤다. 비겁한 도망자.


오늘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해냈고, 인정받았다. 달라졌다. 이젠 도망자가 아니다. 도망치지 않고 맞서서 그 일을 해내는 자가 됐다.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계속 올데이프로젝트노래가 머릿속에 멈추질 않아서 조성진 연주를 틀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by89HL6zQE


퇴근하고 집에 와서 헤밍웨이 앤 겔혼을 이어서 봤다. 오늘 본 구간은 전쟁통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뭐 그런.. 느낌? 헤밍웨이는 다들 잘 아는 작가라서 타자기를 타타타탁 쓰더라. 겔혼은 기자인데 겔혼도. 그들이 타자기로 탁탁탁탁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나도 버킷 중에 타자기를 사는 게 있는데 내년쯤엔 타자기 하나 구입하는 것 도전해 보기로 한다. 헤밍웨이가 영화도 찍고 내레이션도 했던데, 그 작품 실제로 볼 수 있다면 보고싶다.(그 영화 뭔지 아시는분...?)

타자기는 없어도 키감 좋은 키보드로 이렇게 글을 쓰니 좋다. 내 키보드는 책 보다가 책에서 어떤 작가님이 쓴다고 해서 따라 샀는데 정말 맘에 든다. 이 키보드로 많은 글을 써냈다. 앞으로도 계속 쓸 거다. 나의 애정하는 키보드여 내게로 와줘서 고맙다. 오늘 완전 의식의 흐름대로 쓰네. 어쩌나.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 낫다. 스트레스받으면 자꾸 왼쪽 목이 아프고 그게 위로 올라와서 머리까지 아픈데, 오늘도 그랬다.


블로그 이웃 데미안 님은 3년 동안 블로그에 3000여 개의 글을 썼다고 한다. 나도 내 블로그에 들어가 찾아봤더니 나는 10여 년 동안 2172개의 글을 썼더라. 요즘은 브런치에만 쓰니까 블로그가 소홀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브런치가 좋아.... 블로그도 조만간 쓰러 가볼게.


어제는 지인의 생일이었고, 오랜만에 내 책을 선물했다. 오늘은 스레드 친구분께서 내 책을 읽어봐 주신다고 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다. 내 책을 읽어준다는 그 말은. 어제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는 서점에 가서 혹시나 내 책이 나와있나 찾아봤다고 했다. 오늘 통화한 한 친구는 왜 요즘은 소설을 안 쓰냐고 써달라고 했다.


나에게는 내 종이책을 기다리는 독자도, 내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도 있다.

그러니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작가가 되어보도록 하겠다.

쓰지 않을 이유는 언제든 생길 수 있지만, 결국 나는 또 쓰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괜찮고, 충분히 자란 것이다.

다시 새싹, 초심의 마음으로 내일도 계속 이어나가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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