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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나에게 주는 관대함

day16

by 이빛소금

2025년 11월 24일 (월) 17:29

분명히 뭘 먹긴 했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 오늘은 유난히 쓸 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르겠다. 그냥 쓴다.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낫다. 5시에 퇴근해서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파란 버스로 갈아탔다. 요즘 계속 배가 고프다. 분명히 먹고 있는데도 계속 허기지다. 버스는 고요해서,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나?’
문득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회사에서 의도치 않게 일이 엇나간 일이 있었는데, 그건 내 책임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대신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라고 생각하며 해결하는 것. 오늘은 그런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된 하루였다.


책임이란, 어쩌면 내가 나에게 주는 관대함일지도 모른다.

점심에는 샌드위치 반 조각을 먹고 가을 숲길을 걸었다. 안경을 안 써서 시야가 흐려, 개와 함께 걷던 여자를 지인으로 착각해 실컷 손을 흔들었는데 아니었다. 그냥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책을 냈다고 하니, 회사 동료가 글을 써서 내게 체크를 받겠다고 했다. 내가 도움이 된다면야, 아무래도 좋다. 안 써지는 날에도 쓴다. 이게 맞나? 싶은 순간에도 쓴다. 그냥 나를 믿기로 한다. 이유불문 꾸준히 쓴다.

매일 주어진 시간이 이만큼밖에 없으니 ‘그럼 안 써’가 아니라 ‘그 짧은 시간도 주어졌으니 활용해서 쓰면 그만’이다. 오늘은 책임에 대해 생각했고, 또 썼다. 이렇게 꾸준히 무언가를 해 나가는 나를 인정해 주고, 나에게 관대함을 주자. 책임감을 짐처럼 들고 가지 말자. 관대함으로 가져가자. 무겁지 않게, 가볍게.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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