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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그림자, 깨달음의 빛

day19

by 이빛소금

2025년 11월 29일 (토) 23:43


솔직히 지금은 “리탐 나마스카라, 움직이는 명상, 야외 명상, 영화 명상. 끝.”
이렇게 쓰고 짐 정리하고 그냥 자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건 시의성이 생명이고,내일이 되면 오늘의 감정과 장면들이 흐려질 걸 너무 잘 아니까. 지금 머리에 남아 있는 만큼은 적어둬야 한다.


어제는… 오늘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꽤 크게 품고 잠들었다. 그런데 결국 만나지 못했고, 그게 생각보다 크게 실망으로 다가왔다.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걸 오래전에 진리처럼 새겨두고 살았는데, 여기서 또 그 패턴을 반복하게 될 줄이야.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바다를 잠깐 걸었다. 파도가 가까이서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니 내 안의 복잡함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리쉬 마스터님의 움직이는 명상 세션에서 리탐 나마스카라를 하고 또 다른 형태의 움직이는 명상을 이어갔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행위예술가가 된 것처럼 몸이 나무가 되어 피어나는 기분이었다. 안에서부터 뻗어 나가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었다.

점심엔 해물탕, 고등어구이, 성게비빔밥을 먹었다. JS님께서 전복과 해물, 국물을 빈 그릇에 직접 챙겨 주셔서 덕분에 훨씬 더 맛있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마음이 참 감사했다. 식사 후에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야외 명상을 했다. 햇빛, 바람, 파도 소리—제주에 온 기분 만끽이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빛의 언어’ 세션. 광대가 아플 정도로 오랜만에 신나게 웃었고, 처음 경험해 보는 깊이와 자유로움이 있었다. 외계어를 말해도 그걸 옆에서 기깔나게 통역해 주는 모습들, 그 자체가 사랑으로 채워져 있었다.



모든 세션을 마치고 영화를 보며 피자를 먹었다. 잔잔하게 마무리되는 하루. 오늘 본 영화는 다이버전트였고, 참여자마다 느낀 점이 다 달라서 그 차이가 또 흥미로웠다.


그리고 오늘 내가 느낀 한 문장.

“깨달은 자의 하루, 삶, 인생은 깨닫지 않은 자와 차원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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