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2
2025년 12월 31일 (수) 21:38 in 잠실타워 132층
오늘은 2025년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지금 잠실 롯데타워 132층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트로이 시반의 ‘Trouble’을 무한 반복 중이다. 타이머는 45분으로 맞춰두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서울의 야경을 보며 글을 쓰고 있자니, 세상에—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달게 느껴질 지경이다. 하하.
며칠 전에 캐나다에 있는 마늘이네에 바니아가 놀러 가서 영상통화가 걸려왔었다. 그때 마늘이가 카톡으로 "소영이"라고 보낸 게 생각나서 똑같이 "마늘이" 보냈더니 전화가 걸려와 무지하게 반갑게 받았다. (오늘은 도무지 일어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마늘아, 나 올해 계획한 것 중에 두 개나 못 했어. 내년엔 무조건 할 거야.”
“뭔데?”
“하나는 사랑, 하나는 정리의 신 되기!”
마늘이 아주 진지하게 되묻길래 대답하다가, 그 기세 그대로 집을 말끔히 치워버렸다. 하루 종일 정리, 정리, 또 정리. 책장 위치도 확 바꾸고 잡동사니도 분류해서 착착 정리했다. 마늘이랑 이케아에서 샀던 철제 수납장은 고장이 나 결국 버렸고, 새 수납장이 배송돼 설치까지 마쳤다.
집을 싹 치우고 저녁을 먹고 뿌듯하게 양치를 했더니 깜짝 생각이 났다. 좋은 기운이 흐르는 곳에서 새해 계획을 세우면 좋다고 친구랑 잠실 타워에 갔던 기억이다.
2025년을 앞두고 세웠던 다섯 가지 목표
1. 인세 받기 (성공!)
2. 프로필 사진 찍기 (성공!)
3.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성공!)
4. 사랑하기 (아직… 진행 중!)
5. 정리의 신 되기 (오늘 성공!)
결국 2025년의 마지막날에 세운 목표 다섯 중 네 개를 달성했다
(앞으로 집을 깨끗이 유지해야만 유효할 거다)
야경을 앞에 두고 한참 글을 쓰고 있는데 Y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리 비포·애프터 사진을 보고 잘했다고 하더니, 교회에 기도하러 가는데 기도 제목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바로
“2026년 정소영,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하기요.”
라고 허허
지금 시각은 22시 02분. 여기는 24시 30분에 문을 닫는다고 해 시간은 넉넉한데, 서서 쓰려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골반까지 찌릿한 게, 곧 그날이 시작되려나 보다. 어제는 14명이랑 통화하느라, 오늘은 정리하느라 에너지를 다 썼다. 그런데도 기분은 찐하게 좋다.
오늘 친구 L에게 성경구절을 보내주었고, 그 구절을 보고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줬다.
내 안에 평안이 있기를, 예수님의 사랑을 더 명확히 아는 한 해가 되기를.
솔직히 말하면 지금 잠실타워 120층에서 엘리베이터 타려고 기다리고 있고 11시 19분이라 차가 끊길까 봐 걱정이다.
근데 뭐 어때. 2025년 마지막 날인데..
이제 40분 뒤면 2026년,
내 인생에 남은 건 딱 하나—사랑이다.
(글을 수정하고 있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와서 영상통화를 하며 야경을 보여주고, 오늘 글을 보내줄테니 좋아요를 꼭 눌러달라고 했다. 좋아요 많이 받고 싶다고 크크)
사랑 많이 하고 사랑받고 줍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빛소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