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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병원선' 본 간호사들의 분노…어떻게 그렸기에?

http://m.news.nate.com/view/20170904n19994?sect=ent&list=rank&cate=interest


위의 기사를 읽어보고 나서 주요한 키워드를 나열해보았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서술해보았다.


1. 간호사의 몸에 붙는 상의와 ​​​​미니스커트​​​​

 이전 글에서부터 계속 주장해왔지만 간호사는 주로 바지를 입는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못 가고, 다리가 터지도록 뛰어다니는데ㅡ우스갯소리로 환자 보다가 내가 환자되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ㅡ그 상황에 치마를 입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내가 근무하는 중환자실만 해도 환자의 position change 및 이송과 같은 격한 일을 하루에 수십번은 한다. 치마를 입을 근무여건 자체가 안 된다. 물론 치마를 입는 경우도 있다. 수간호사 급이거나 외래 같은 상대적으로 활동이 덜 필요한 곳에서는 실제로 치마를 입고 근무한다. 하지만 그분들도 무릎을 가릴 정도의 긴 치마를 입는다.

 간호사 집단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출근할 때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어도 혼나는 판국인데 미니스커트를 입고 환자 이송을 하는 건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메디컬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변에 있는 간호사 한명에게라도 물어보고 상황을 설정해야 그 직업군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2.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개인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일개미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간호사를 여유로운 직업군으로 미화하지 말아달라. 보통의 임상간호사는 일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탈간호(임상간호사를 벗어나는 것)해서 공무원이나 공단에 취업하기를 원한다. 내 주변 사람들만 해도 그렇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많다. 정말로 stable한 날이라면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얼마나 있을까? 벼락 맞을 확률이다.

 난 일반 직장인들이 컴퓨터 화면 앞에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는 것도 굉장히 부럽다. 점심시간 1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부럽고, 밥을 먹고 나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오는 상황도 굉장히 부럽다. 나도 제발 여유롭게 살고 싶다.

 개인정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계할 때 뿐이다. 이 일을 하려고 하면 다른 일이 생기고, 생기고, 생긴다. 이걸 나 혼자서 해결해야하다니. 그저 멘붕이다. 이처럼 본인 일도 제대로 쳐내지 못해 오버타임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대체 어떤 병원에서 일하면 저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있다면 나에게 말해달라. 바로 원서 낼테니.


3. 위급상황에서 환자를 회피하는 모습

환자의 숨소리가 바뀌고 o2 sat(산소수치)가 떨어지면 가장 먼저 간호사가 캐치해내고 abga 수치를 노티한다. 혈압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환자의 안색을 살피고 leg elevation을 하여 의사에게 노티하여 처방에 따라 승압제를 단다. 환자의 소변량이 줄어들면 귀신같이 알아채서 보고한다. 이처럼 낭떠러지 직전까지 간 사람들을 한 손으로 가장 먼저 구조하는 사람들이 간호사다. 의사는 그들을 구조할 진행 계획을 짜고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현실이 이런데 위급상황에서 환자를 회피한다는 설정은 말도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간호사라는 직업을 진정 폄하하는 행위이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이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간호사를 어찌 생각할까? 안 봐도 뻔하다.


4. 거짓 코드블루

실제 상황 하나를 서술하고자 한다. 일을 겨우 쳐내서 간호사실 안에서 짬을 내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내가 이송했던 환자의 코드블루가 떴다. 밥이고 뭐고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라 계단으로 정신없이 달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달렸는데도 나보다 먼저 도착한 응급실 의료진들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긴박한 상황, 전쟁터같은 상황이지만 환자 한명을 위해 수십명이 붙어 그 사람을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코드블루는 최후의 상황이다. 삶과 죽음의 나침반에서 죽음의 방향으로 가려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되돌려보고자 외치는 발악이다. 누군가의 불장난 사랑 따위로 사용될 소재가 아니다. 

 손가락 근육이 마비될 것 같아도 환자의 산소수치가 올라갈때까지 ambu bag을 짜는 사람들이 바로 의료진이다.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지만 티 내지 않고 침착하게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하는 전문가들이다.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식으로 희화화하지 말아달라.


간호사의 노고를 알아주는 댓글이 베댓(베스트 댓글)에 올라서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조금 밑으로 커서를 당기니 비하하는 댓글도 못지 않게 많았다. 가장 화나는 댓글은 '왜 간호사 너네들만 그렇게 화내느냐?' 류이다.

 본인들도 본인 직업 왜곡하면 화낼거면서 간호사는 직업이 왜곡되면 표현도 하면 안되는 존재인가? 그런 갑질 마인드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왜곡시키는데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누적돼서 이와 같은 참사가 벌어졌으리라.

 이 글을 보고 한명이라도 저 드라마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기만 한다면 오늘도 하루종일  일하다가 파김치가 돼서 돌아와 새벽에 글을 쓰는 나도 보람을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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