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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비트코인

요즘 비트코인이 유행이다. 지하철 타는 가격으로 바트코인! 이라는 광고가 흔하다. 실제로 동생 친구가 소량을 샀는데 수입이 짭짤하다고 한다. 인터넷 댓글로도 ‘나 비트코인 샀는데 가격 올랐어!’ 같은 내용이 쉽게 보인다. 즉, 비트코인은 적은 돈으로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사람들을 꼬드긴다.


노동 하나만으로 부자가 되긴 불가능한 시대다. 서글프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다들 서민탈출을 위해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방법을 선택한다. 부동산 투기, 사업, 도박, 주식, 복권이 그 예다.


이렇게 해서 돈을 벌면 다행이다. 하지만 복권 빼고는 손실의 위험이 크다. 복권이야 돈 만원 날리는 거지만ㅡ하지만 일주일에 만원이면 한달에 사만원, 일년에 삼십이만원이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ㅡ다른 건 몇천, 몇억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상가를 잘못 샀다가 큰 손해를 본 친척과 공장 적자로 자살을 선택한 옛 고용주가 생각났다. 상가를 살리기 위해 엄마는 발 벗고 나섰다. 슈퍼에서 치킨집으로, 업종을 바꿔가며 고군분투했지만 일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나 역시 체납된 임금 백만원을 사장님 돌아가신 일년 뒤에 받았다. 그 일들을 계기로, 불확실한 곳에 돈을 투자해야겠다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도전할거라면 해당 분야를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아쉽지 않은 자금이 있어야 손해가 덜하다.


반면 평생 노동을 해서 집 사고, 땅 사신 아빠를 보니 최소한 번 돈을 날리지는 않아 보였다. 삐까뻔쩍한 외제차는 없지만 일할 때 필요한 트럭과 포크레인이 있다. 아빠는 반드시 필요한 항목에만 돈을 쓴다. 소위 말해 얇고 길게 가는 전략이다. 평생 월급쟁이로 일을 해야 한다면, 우리 아빠 처럼 돈을 모으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평생 살아온 나도, 비트코인이 눈에 아른거린다. 나도 살까? 오만원이라도 해볼까? 고등학생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있는가?


하지만 단번에 그런 생각을 접었다. 술과 담배처럼 한 번 하면 중독될 게 뻔하다. 오프 날에 잠자고 글쓰고 유튜브 강연 시청하기에도 벅차다. 비트코인을 하면 생각하는 대신 숫자놀음을 봐야 한다. 글을 쓰면 내 생각을 적시적소에 표현하는 요령이라도 생긴다. 반면 비트코인을 하면 불안감만 증폭될 것이다. 나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힘들게 번 돈을 날리고 싶지 않아서다. 단돈이라도 날리면 상실감에 잠도 못잘 것 같다. 몸과 마음을 깎아가며 번 돈을 불확실한 곳에 투자하고 싶진 않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유시민 작가는 비트코인을 하지 마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현명한 어른 말씀 들어서 나쁠 건 없다.


이 글로 내 마음을 잡는다. 보잘 것 없는 인생이지만 내가 할 줄 아는 일을 하며 성실히 돈을 벌겠다. 평생 서민층으로 무시당할지언정 한방을 노리진 않겠다. 우리 아빠처럼 길고 굵게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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