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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신규간호사에게

한줄요약: 일을 때려치울지언정 절대로 죽지 마세요

간호사 커뮤니티에 모 기업병원 신규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 이름을 나열했다고 한다. 댓글을 보니 다들 그 소식을 들어봤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진위여부를 가리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라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서 오직 일 하나 때문에 자신의 몸을 해하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 없이 뛰쳐나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다.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 몇 년 지나면 “내가 겨우 직장 하나때문에 죽으려 했단 말이야?”라는 마음이 들 것이다. 진짜다.


3~4년간 고생하고 유명한 대학병원에 취직하여 꽃길만 걸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쓰레기통일 가능성이 99.9%다. 태움 없는 병원 없다. 열심히 공부하고 익혀도 프리셉터 앞에서 긴장하면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공부 안했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프셉 앞에서 내 간은 콩알만해진다. 얘 공부 안한다며, 태도가 불손하다며 소문나면 다들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다. 병원이라는 집단이 원래 그렇다. 물론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도 잘 버티는 멘탈 강한 사람이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지만 말이다. 올드가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등짝 스매싱을 한다면 당장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봐라. 그거 참고 견딘답시고 꾸역꾸역 다니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난 첫번째 직장에서 올드가 “씨발.”, “미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게 아직도 상처다. 그땐 그런 말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지금은 “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참았을까?”라는 생각만 든다.


다른 직종은 안 겪어봐서 모르겠지만 간호사는 취업할 곳 널렸다. 본인을 욕되게 하는 직장에 목숨걸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이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사람 살리는 일이라도 간호사 자신의 영혼이 죽었다면 이 일은 자신에게도, 환자에게도 좋지 않다.


글이 쓸데없이 길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1. 다른 이유 없이 오직 일 때문에

2.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신규간호사는

3. 자살이 아니라 그 직장을 그만두는 게 정답이다.


나도 지금 살아서 글을 쓰고 있다. 훗날 내가 쓸 책이 유명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나를 갈궜던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



**세상을 등지고 싶지만 부모님에게 말하면 불효일 것 같아 꾹 참고 있는 착한 신규간호사님들. 간호와 전혀 상관 없는 분야의 친구 뿐이라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거라며 단톡에서 조용한 신규간호사님들.


only.one.4u@daum.net


제 이메일 주소니까 말씀하세요. 다 들어 드립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확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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