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간호사 Q and A

공장 아르바이트가 힘든가요, 임상이 힘든가요?

저는 대학 시절 방학 때마다 공장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물론 매번 했던 건 아니지만요. 집 앞에서 부업 물량을 받다가, 시급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없냐고 해서 핀셋 작업을 해본 것이 시발점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L사 하청업체에서 1달 반 가량 방진복을 입고 3교대 공장 아르바이트 한 경험이 있습니다. 같은 해 겨울에는 동네 공장에서 한 달가량 일하다가 알바라는 이유로 면전에서 인원감축을 통보받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간호사 웨이팅을 8개월 남짓 했었습니다. 6개월간 동네에 위치한 조그마한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일거리가 별로 없어서 쉬는 날이 매우 많았습니다. 임금 역시 두 달에 한 번 받을 만큼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집 앞인데다가 돈 욕심도 별로 없어서 계속 근무했었습니다. 결국 공장장의 자살로 두 달치 임금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고, 노무사를 선임한 지 일 년이 지나서야 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통장을 보니 수수료로 제 월급의 십 퍼센트가 깎인 채 입금됐습니다. 그래도 돈을 못 받는 것보다는 낫지, 라며 자기합리화를 했습니다.


간호사로 발령받기 전에 해외여행을 한 번쯤 가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번 돈으로는 어림이 없어서 우리 지역에서 힘들기로 소문난 공장에서 잠깐 일했습니다. 방진복, 방진화를 신으며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일했습니다. 잔업할 사람 있냐는 말에 제일 먼저 손을 들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에 두 번 쉬어가며 일했습니다. 간호사를 하기 전까지요.


이 정도면 공장이 힘든지, 임상이 힘든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짬이 되지 않을까요?


결론은 임상이 더 힘듭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장은 자기 공정은 자기가 합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기 때문에 그 일 하나만 잘 하면 됩니다. 응급상황도 없습니다. 가끔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오늘은 쉰다는 문자가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휴식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철저한 시급제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은 반드시 챙겨줍니다. 잔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상이 있습니다. 밥시간 한 시간도 있습니다. 휴식 십 분도 있습니다. 방진복을 입는 직장일 경우 경우 휴식시간 20분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요. 함께 일하는 친구가 없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습니다. 내 일 내가 하기 때문에 남 시선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회식에 불참해도 뒷말이 없습니다. 나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까요. 공장 3교대는 앉아서 계속 단순작업만 하기 때문에 피로함 역시 덜합니다.


간호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해진 루틴 일이 있어 단순 작업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언제 응급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환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갑자기 오프가 생길 일도 없습니다. 오버타임을 하면 수당도 제대로 쳐주지 않습니다. 수당을 쳐 주는 병원도 있지만, 신규는 눈치 보느라 대장에 적지도 못합니다. 휴식은 개뿔. 밥이라도 한 술 떠먹을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그 와중에 위급상황이 생기면 밥 먹다 말고 도중에 뛰쳐나와야 합니다. 밥 까지도 안 바랍니다. 물 한 모금이라도 제대로 마실 수 있으면 감사하겠네요. 회식요? 안 가면 난리 납니다. 근무하는 게 아닌 이상 무조건 참석해야 합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은 게 병원 집단입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간호사 나이트요? 하루만 뛰어도 기빨리고 피곤합니다. 그 와중에 진상 환자를 상대하여 수발까지 들면 이게 사는 건가 싶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환자가 되고 싶어 집니다.


공장에서 일하면 일만 하는 노동자라는 기분이 듭니다. 노동'자'이니 그래도 사람 취급은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로 일하면 노비 같아요. 사람 취급도 못 받으면서 일하는 기분이랄까.


저 요즘 너무 힘들어요. 오죽하면 전봇대에 붙어있는 공장 전단지를 저장했을까요. 상근직에 오십이 넘어서도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이라며 찍어놓은 거예요. 결론은 공장에서 일할 때가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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