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

정부의 탁상공론과 윗대가리들의 꼰대질이 간호사를 죽인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214&aid=0000907434


나도 3개월간 모 대학병원 권역응급센터에서 일했었다. 4년 정도가 지났지만 대놓고 욕먹고 다굴 당한 거, 본인 마음에 드는 대답을 못했다는 이유로 내가 쓴 리포트를 대놓고 집어던진 거, 그것 때문에 우니까 뭐가 억울해서 우냐고 말했던 거, 데이 끝나고 나서 밤늦게까지 장기자랑 연습에 동원된 거, 오프에도 장기자랑 연습했던 것들... 아직도 불쑥불쑥 떠오른다.


밥 못 먹고 화장실 제대로 못 가는 거? 백만 번 양보해서 젊은 나이의 열정이거니 넘겼다. 솔직히 그것도 싫었지만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건 그 표정들과 말 한마디였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그 정도 돈을 받고 징징거리냐는 반응이었다. 


가족들도 못 버텨서 그만뒀다니, 사회 부적응자라니 낙인찍는 게 현실이다. 친척들도 그 좋은 병원 왜 그만뒀냐고 한 마디씩 툭툭 던진다. 그 시선 때문에 그만둬도 지옥이었다. 살아있는 게 지옥이었다.


그만두지 왜 자살했냐고? 이런 말로 피해자 두 번 죽이지 마라. 고인은 '그만두고 다른 직장 가야지.', '그만두고 쉬어야지' 이런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정작 바뀌어야 할 윗대가리들 꼰대질은 그대로인데, 그 누가 뭐라고 한들 그 말이 들렸겠는가? 나는 병원의 일개 직원, 아니 부속품인데 누가 내 말을 들어줘? 안 겪어보면 모른다.


수많은 간호사가 업무에 치여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고인물들은 바꿀 의지가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 애초부터 '간호사가 없으면 간호대 정원 수를 늘려서 인력 늘리면 되지~' 휴지통에 버려도 아까울 그 쓰레기 같은 생각이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그나마 올해는 간호사를 위한 정책이 마련된 것 같은데... 글쎄... 전혀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지켜봐야 할 일이다.


까놓고 말해서 배운 게 도둑질이니 할 줄 아는 건 이것뿐이다. 간호사 하려고 지난 4년 동안 개고생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직업으로 바꿀 결단력은 없다. 그래서 간호사를 하고 있다.  쓰린 마음을 한 구석에 욱여넣고, 서러워도 이게 내 운명이니, 살고 있다. 


간호협회는 이제 와서 부랴부랴 성명서를 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러니 다들 간호사를 무시하지.

협회비만 꼬박꼬박 받지 말고 일을 하란 말이야, 일을!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동의합니다

다섯 글자만 부탁드립니다.


청원을 하면 나라에서 알 것이고, 나라에서 안다면 조금이라도 신경써주지 않을까요?

일개미처럼 일하는 신세지만 그래도 세상을 바꾸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글쓰는 제가 할 수 있는거는 이것 뿐이네요..


우리 다음에 태어나면 절대로 간호사 하지 말아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