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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아빠 예방접종 맞히기

아빠한테 주사를 드렸다

아빠한테 평소에 대상포진 예방접종 맞으시라 노래를 불렀는데, 드디어 어제 우리 병원에 오셨다.


아빠는 비가 오면 일을 못하는 직업이다. 비가 와줘서 그저 감사요..


아빠는 너도 맞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50세 이상 분들한테 효과가 입증된 약이기에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대상포진은 약 이십만 원가량 한다. 직원가로 맞아도 한 대에 십만 원이 넘는다.


돈이 쪼들려서 내가 내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하니 아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어릴 땐 고지식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 같아 아빠가 싫을 때도 있었는데, 크면서 보니 우리 아빠같이 성실한 분도 없는데 싶다. 내가 아빠 처지였으면 평생 남 탓만 하고 삐뚤게 살았을 텐데 아빠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셨다. 그런데 아빠의 뒷모습이 가면 갈수록 작아지는듯해 가끔 눈물이 핑 돈다.


아빠 앞이니까 약물 믹스하는 것도 보여드렸다. 주사가 아픈 것도 설명하고, 팔에 힘을 덜 줘야 수월하다고 말했다. 나는 최대한 안 아프게 주사를 놔드리려 노력하는데 그런 노력이 안 통하는 게 예방주사다. 그래서 주사 들어가기 직전에 아프다고 협박성 멘트(?)를 날린다.(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의도)


아빠한테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안 아픈데?”하신다. 다행이다.


주사 다 맞았으니 번호표 뽑고 순서 되면 계산하면 된다고 설명드렸다. 혹시나 두드러기 나거나 열나거나 하면 바로 여기로 오시라고 설명했다. 아빠한테 말하는 도중에 다른 환자분이 오셔서 아빠는 후다닥 이곳을 떠났다. 아빠가 떠나니 갑자기 환자들이 동시에 두두두 들어왔다.




일이 바빠 정신없는데

“깨굴아.”


고개를 돌아보니 아빠가 현금영수증도 내 이름으로 해주시려는데 핸드폰 번호를 몰라서 날 부르는 것이었다. 센스쟁이 아빠. 근데 아빠는 날 왜 개구리도 아닌 깨굴이라고 부르시는지~




예방접종을 맞고 나면 질병관리본부에 예방접종 등록하는 전산처리를 해야 되는데, 시행자에 당당히 내 이름을 적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작년 독감 접종에는 내가 나를 놨기에.. 내 이름을 적었다. 그때도 좀 웃겼다. 누군가가 내 기록을 열람할 때, 같은 사람이 주사 놨다고 기록돼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작년 동생 독감 주사도 내가 놨었고, 동일하게 기록했었다.


간호사를 해서 후회한 적도, 울고불고한 적도 많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한테 1차 예방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사실 내 동생도 간호의 길을 걷고 있기에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가족의 1차 예방은 충분히 됐을 터이지만 말이다. 간호사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그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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