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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뛰는 간호사

6/22(토)

엄청 바빴다.


사모님의 얼굴을 처음 봤다. 나한테 여태 한 것 다 지켜봤다고 한다. 그릇을 일일이 다 닦고 있냐고, 얼른 넣으면 초음파 세척기가 해줄 거라 했다. (아니.. 낸들 이러고 싶나. 쪼깬한 그릇에 눌어붙은 된장이라던가, 양은냄비에 그을린 라면 같은 건 대충 닦고 넣어봤자 세척이 안돼요.) 그래도 사장님이 나를 실드 쳐줬다. 내가 수저는 닦으라 시켰다며.. 힘없는 나라는 노동자는 일단 알겠다고 했다.


이젠 대충 씻어서 그냥 넣으니 이모님이 나한테 한마디 하신다. 눌어붙은 밥은 다 닦아서 넣어야지!라고. 누구는 이러라, 누구는 저래라.. 나는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가.


그리고 원래 컵은 두 번 세척한다. Y아저씨께서 컵 세척하라고 컵을 정리한 판 두 개를 나한테 주셨다. 바쁘니까 주는 대로 세척기에 돌렸다. 사모님이 누가 컵 담았냐고. 맥주 컵을 왜 넣냐고. 깨지니까 넣지 마라고 한마디 하셨다. 내가 컵 담은 거 아닌데.. 진짜 억울하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컵 안에 뭘 담았는지 일일이 확인할 시간 조차 없었지만 어쨌든 일터에선 이것도 변명이겠지. 제대로 못 거른 내 잘못이니까.


이모님한테 농담조로 내가 컵 넣은 거 아닌데라고 말했는데 사모님이 들으셨다. 아, 네가 한 거 아니구나...라고 멋쩍어하셨다. 일단 제 잘못도 있으니 다음부터 주의하겠다고 했다.


이 날은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방법, 주방 청소하기, 식기세척기 정리하기, 싱크대 청소, 밥하기.. 를 배운 아주 바쁘고 생각하기 싫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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