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6
동생이 파마까지 했다. 완벽한 아이유가 됐다. 그런데 왼쪽 컬이 덜 살아서 다시 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머리를 보자마자 ‘아이유’ 이 세 글자만 생각났다. 귀여워서 툭툭 건드리니 사나운 표정으로 만지지 마라고 앙칼지게 말한다. 까칠하기는.
병원 쌤들한테도 여전히 예쁨 받는 듯하다. 덕분에 오늘 삼겹살을 얻어먹었다^^; (병원 쌤이 사줬다고..) 차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프리셉터한테 “너는 조곤조곤하게 말을 잘하니까 나중에 프리셉터 해도 괜찮겠다. 이대로만 자라줘.”라는 들었다고 했다. 고놈 참 물건이다.
(어릴 땐 엄마가 동생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서 가끔 견제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뭐... 쟤는 쟤고 나는 나고 그렇다.)
환자한테 애살도 있어 보이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물품 사진 찍어다가 외우는 꼼꼼함도 있고, 병원 사람들한테도 예쁨 받는 거 보니 완벽한 간호사 체질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까지 본인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힘들다는 티를 안 내는 거 보면 다닐 만한가 보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시간강사부터 시작해서 교수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은 그렇다. 서울대 출신이 교수를 하면 ‘원래 공부 잘했으니까...’뿐이지만, 공부에 흥미를 느낀 적 없던 사람이 자기 분야에 성공한다면 그거야말로 인간 승리 아닌가. 내가 학생이면 저절로 교화가 됐을 것이다. 이 얘기를 하니 동생은 일단 웃고 넘겼다. 나는 진심이었는데.
이제는 댕댕이 얘기다. 왼쪽 얼굴에 이상한 풀떼기가 묻어서 떼주니까 내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허공에 대고 입을 벌렸다가 앙다문다. 하지 마라는 거겠지. 착한 줄 알았는데 성깔 하곤. 우리 집에 있는 누구 같다. 얼굴에 묻었으니 털어내라고 바디랭귀지를 하니 알아들었는지 털어낸다. 똑쟁이다. 댕댕이로만 살기는 아까운 아이다. 체력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활발한 데다가 강강약약이고. 인간이었으면 김연아였다. 퀸카면서 내가 뭐 좋다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헤벌쭉 하는지.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아.. 얘는 개구나...)이 질척거리면 좋던데 그걸 어떻게 알았다냥. 단기간에 사람 정들게 하는 거 갑이다.
여하튼 인간 동생이나 개 동생이나 나한텐 과분한 동생 같다. 언니가 잘돼서 내 새끼들한테 자랑이 돼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