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패기 있는 사람이 빛나 보였다.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백마 탄 왕자님이 내 이상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속에 약간의 결핍이 있는 사람이 좋다. 본인이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겸허하게 수용하고, 더 나은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역설적으로 결핍이 나를 온전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농구 천재 서장훈은 본인의 성적에 단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드리블 하나를 연습할 때도 완벽에 완벽을 기했고, 심지어 그게 생활습관에까지 나타나서 결벽 증세까지 나타났다.
목 수술을 하면 커리어가 끊어지니, 임시방편을 하고 경기를 나간 그의 상징은 다름 아닌 '목 보호대'였다. 목이 조금이라도 뒤로 꺾이면 전신마비가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본인을 사지로 내던졌다. 끊임없이 본인을 몰아친 끝에 경이로운 기록이 나온 거다.
그는 지금 예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구선수였을 때보다는 조금 마음이 편안하지만, 그래도 마냥 마음 놓고 일하지 않는다. 카메라 밖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과거의 자신 같은 스태프들이 많기에 그분들을 두고 일을 대충대충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서장훈이다.
서장훈인들 처음부터 잘했겠는가. 물론 일반인보다 신체적인 조건이 뛰어나긴 하다. 하지만 처음 실력은 똑같다. 같은 출발선에서 겸손하게 자기 수련을 한 결과가 지금의 그를 만들어 냈다.
난 이제 패기만 있는 사람이 더 이상 빛나 보이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모습이 오히려 빛나 보인다.
그 대상이 지식이든, 운동 기록이든, 마음의 수련이든 상관없다. 작은 것이라도 내공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본인이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 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잘하고 있는 것은 본인은 모른다. 오히려 남들 눈에는 다 보인다. 그렇기에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끝은 매우 달콤하다.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어떤 도전을 하시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짝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장 낮은 자세에서 차근차근 다져나가면 그 어떠한 것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