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마냥 좋지만은 않다. 큰아빠는 대뜸 내 나이를 묻는다. 이렇다고 답변하니 0.1초만에 결혼 '언제' 하냐고 묻는다. 당당하게 안할건데요!!!! 했다. 사실 얼버무린 거다. 생각도, 대답도 할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내 행동을 품평하고 심지어는 내 존재자체에 대해 뒷말 하는 거에 대해 이골이 났다. 결혼해서 둘만 좋으면 몰라도, 현실은 여자 어른을 대하며 그런 생활을 평생 해야하지 않은가? 참으로 지긋지긋하다.
물론 여러 알바를 하면서 정말 좋은 이모들을 봤다. 그런 분들이 내 시어머니라면(?) 정말 잘 모실 의향이 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나의 업무능력을 추어올려주셨다. 실수를 하더라도 오히려 다독거려 주셨다. 그런 분들이 내 옆에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공부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할 타이밍인데도, 감사한 마음에 몇개월간 일을 더 했다. 내가 옆에 있으면 그래도 일하기 수월하시니까.. 이런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옆에만 있어도 기 빨리는 아주머니들을 훨씬 많이 봤기에 나는 당분간 그런 쪽의 대인관계는 안 만들고 싶다. 나에게만 집중하기도 바쁘다.
지난 몇년간 사람 한명으로 내 인생이 백팔십도 바뀌는 걸 느꼈기에, 결혼은 그 어떤 선택보다도 신중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사실 큰아빠의 그런 질문은 틀렸다.
결혼은 언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사람과 평생 시너지를 느끼며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타이밍이 생길 때 하는 거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안 하는 게 맞는 거다. 그리고 결혼은 집안과 집안끼리의 결합이므로 상대방 어르신들 인품도 어떤지 철저히 따져가며 결혼해야 한다.
사실 결혼 할거냐는 질문 자체가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굳이 물을 거면, 세상 사람들이 '언제' 결혼할거냐는 말보다는 '어떤 사람이랑' 결혼할거냐는 말을 나에게 해왔으면 좋겠다. 아니, 그냥 결혼 자체를 말하지 말고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주면 안될까? 그럼 기깔나게 잘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1) 나는 나같이 마음에 결핍이 있는 사람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증거가 되고 싶다.
2) 사회적 지위가 생긴다면 나같이 마음에 결핍이 있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도와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까 산책하면서 상상한 것은, 보육원에 다니는 중고등학생에게 간호사나 공무원 공부에 대한 진로를 알려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면접 준비를 도울 의향도 있다. 모교 간호대학생과 콜라보하여 봉사활동을 계획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들 중에서 공부를 원한다면 정말 의지가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내가 도울 의향도 있다. 이게 조금 더 성공한다면 인터넷 강의 업체와 콜라보를 하여 그러한 학생들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그런 상상도 해봤다. 사실 공무원 공부와 간호사가 다는 아니다. 무슨 업무를 하든 성실하게 본인 자리를 책임지는 삶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가..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있는 아이들부터 잘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