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대단한 사람이 많다.
내 앞 공정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랑 어쩌다가 이야기를 하게 됐다. 부산에서 남편, 딸 둘, 비숑 두마리 두고 돈 벌러 여기까지 오셨단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쩌다가 강아지 얘기를 하게 됐는데.. 아주머니는 작년에 댕댕이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딴 생각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서 한달 월급을 다 날린 적이 있다 하셨다. 정말 허무하셨겠어요 하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번 돈은 다 딸이랑 강아지 서포트하는데 용돈 벌려다가 이렇게 됐다고.. 그런데 왜 고생해서 여기까지 오실까. 부산에는 일자리 없어요? 여쭤보니 부산에는 한달에 삼백만원 주는 곳이 없단다. 마트 캐셔는 한달에 백오십인데 돈이 안된단다. 생각보다 부산에 일자리가 없나 보다. 간호사는 일자리 훨씬 많은데(...) 마지막엔 나보고 이 나이 되니까 고정된 일자리의 중요성을 알 것 같다고 하셨다. 그건 나도 백배 공감한다. 병원 관두고 시험 준비하니 죄다 계약직이였고, 나는 정규직과 차별당하는 부품일 뿐이였다.
거기엔 나랑 동갑인 남자애도 있다. 세상 참 좁다고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이였다. 빠른 생일인 것도 나랑 같았다. 앞 공정 아주머니께서 얘랑 나랑 눈매가 닮았다고, 남매 아니에요? 하시는데 아니라고 고개를 강력하게(!) 절레절레했다. 어쩌다 보니 이 아이한테도 내 사정을 말했다. <간호사 하다 때려치우고 일하면서 소방 시험 준비하다 붙어서 알바 중> 얘는 과묵하지만 악착같이 돈 모으는 애 같아서 추석때도 일 하냐니까 00 알바 뛴댄다. 덕분에 나도 꿀정보 얻었다. 이틀 해서 돈 벌어야지. 시간 헛되이 안 쓰고 열심히 자기 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조선 시대 실학자들이 이 공장 사람들을 보고 상당히 칭찬하셨지 싶다. 못돼 처먹은 사람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