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소방공무원에 합격했지만 간호대학원에 진학한 이유

사실 대학원 면접 때도 그렇고, 주변에 사람들이 나보고 많이 하는 질문이 “소방공무원 합격했으면서 대학원은 왜 다니세요?”였다. 오늘은 거기에 대한 진짜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납득이 안되더라도 어쨌든 내 생각은 이렇다는 걸 말해두는 바이다.


1)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의 말: 내가 여기 제일 처음에 글 썼을 때도 말했지만 나의 고3 담임은(선생님이라고도 말하기 싫다) “넌 간호과 절대 못 가! 전문대도 못 가!”라고 말해왔다. 그 말이 싫어서 전국 100여 개 학교에 원서를 썼고, 지금까지 간호사 면허증으로 밥 벌어먹고산다는 건 오랜 구독자라면 알 것이다. 나는 여기서 더 앞서서, “너는 나한테 간호과도 못 간다고 했지? 난 간호대학원까지 가볼 거다.” 이런 생각이다.


2) 내가 극도로 싫어했던 상사가 대학원에 가는 걸 보고: 자기 이득만 철저히 챙기는 그 인간이 직장 내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꾸역꾸역 대학원에 가는 걸 보고, 저 인간이 가는 거라면 나도 한번 가보자. 얼마나 좋은가.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3) 임상은 싫지만 간호학 공부는 재밌었다: 학교 다닐 땐 벼락치기만 했던 것 치고는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장학금도 몇 번 탔고, 교내 학습법 에세이 쓰기 대회에서 은상을 타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한번 악착같이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면이 있다. 그것 때문에 실습 때 조원들이 시기질투도 많이 했었다. 그렇게까지 독하게 하냐고.. 하지만 교수님만큼은 날 예뻐해 주셨다. 다른 학생들을 탈탈 털어서 컨퍼런스 분위기가 갑분싸가 됐지만 나는 그런 걸 겪은 적이 없었다. 학과 공부가 힘들지만 좋은 결실을 얻고, 누군가가 나의 노력을 알아줬던 그 기억이 행복했다.


4) 간호학원 면접 떨어진 과거의 나에 대한 반성: 과거 간호학원 면접 썰에서 석사 학위가 없어서 떨어졌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네는 날 떨어뜨렸지만 나는 더 발전할 거다. 이런 생각이다.


5) 공무원 시험도 합격했는데 대학원쯤이야: 이런 패기로 지원했지만 대학원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6) 현실에 안주하기 싫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나중에 소방관 되어서도 연구가 필요할 때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적용할 수도 있고, 어딘가에 특강 갈 기회가 있어도 석사학위를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솔직한 말로 여건만 된다면 소방학도 배우고 싶다.


이렇게 구구절절 적었지만 네 글자로 줄인다면 ‘자기만족’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