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최악의 순간에서 최고를

생애 첫 면접 보러 가는 날 (1)

나보다 언니가 더 쌩쌩하고, 간절하고, 급해 보였다. 누가 보면 언니가 면접 보러 갈 정도,라고 여길 지도 모른다. 철딱서니 없는 나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대충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발랐다. 화장은 할 줄 모르니 생략. 이러다가 늦겠다는 언니의 말에 옷을 부랴부랴 입고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 머릿속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광역시, 학교는 여기서 40분은 더 가야 나오는 깡촌. 여기는 광역시, 내가 가야 할 곳은 깡촌. 광역시, 깡촌, 광역시, 깡촌.. 불과 40분 거리인데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느껴졌고, 나는 한없이 둘을 비교해가며 내 신세를 한탄했다. 동시에 들었던 생각이 뭐였냐면,


내가 만일 이 학교에 합격을 하면 학기 중에는 가족들 얼굴을 전혀 못 갈 것이다. 집에 가더라도 여기서 광역시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그 광역시에서 우리 집과 가까운 광역시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서 우리 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리면 또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만 한다.


그 생각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져 구토감이 느껴졌지만 참았다. 그러다가 내 앞에 있는 한 아이가 보였다. 옆에는 어머니가 탑승하고 있었고, 아이는 잘 다려진 깔끔한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옷을 봤다. 회색의 미니스커트에, 베이지 색의 니트, 야상점퍼에 겨울 신발. 화장도 할 줄 모르면서 옷만 20대처럼 입었다. 옷이라도 깔끔하게 입고 갈 걸.. 후회막심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나도 엄마와 같이 갔으면 좋았을걸. 하지만 우리 엄마는 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여기까지 가는 것도 보통 체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엄마를 데려가기에는 내가 죄송스럽다.


이런저런 잡념 끝에 학교에 도착했다. 건너편이 논과 밭이였고 전반적으로 옛 시골 냄새가 나는 동네였다. 학교 뒤에 있는 뾰족한 산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서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학교는 정말 가팔랐다. 역시 산을 깎아 만든 곳이라 그런가. 아뿔싸, 언니가 나에게 화를 낸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이런 데 안 왔을 거라는 말을 연신 한다.


별 수 없지, 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그런데 언니 말이 맞긴 하다. 언니가 공부하라고 했을 때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언니에게 그 어떤 반발도 할 수 없었다.


서러움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언덕을 계속 올라갔다. 면접 대기 장소에 겨우 도착했다. 오자마자 나는 주변을 서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고, 충격적인 것을 봤다. 즉, 나는 두 번의 충격을 겪었다.

작가의 이전글 잡일 시리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