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
글쓰기에는 많은 것이 동원된다.
번역을 하면서 매일같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글을 쓰다 보니, 오히려 내 생각을 편하게 글로 적는 작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예전에는 딱히 아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무 글이나 막 쓰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는데, 요즘 글에 대해 하나둘씩 배우면서 내 글쓰기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하고 있다. 아마 그래서 최근 브런치 포스팅에도 소홀했던 것 같다.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지,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정확한지, 표현이 어색하진 않은지, 어순이 괜찮은지, 술술 읽히는지, 정보의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시제는 적절한지, 조사의 활용은 자연스러운지, 단수와 복수 처리는 잘 되었는지, 글의 호흡은 어떤지. 심지어 강조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글의 '강약'이 드러나는지...
(이 외에도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겠지만)
전에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번역을 공부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글을 접하게 되는데, 때로는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닌 비문도 보게된다. 문학작품에 나오는 구어체나 대화체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다 보면 도대체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입에 붙는 표현이 무엇인지 모든 게 헷갈린다. 알던 표현도 확신이 서지 않아 사전을 다시 뒤적이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신경 쓰려니 머리가 아파온다...
개인적으로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영한’번역이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한영’번역보다 부담이 많이 된다. 모국어라는 이유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영한’보다는 ‘한영’에 더 흥미를 느껴 상대적으로 한영번역을 더 많이 다루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모국어인 국어 공부를 너무 소홀히 했나 보다.
결국 “나는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한영’통번역사다”라며 변명아닌 변명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용납될수 없다. 통번역사라면 모국어와 외국어 두가지 언어를 모두 모국어처럼 구사할수 있어야한다. 통역의 경우 ‘언변’, 번역의 경우 ‘필력’이 요구된다.)
갑자기 자이언티의 노래 중 "이 노래 유명해지지 않았음 해~~" 하는 소절이 떠오른다.
"이 글 내가 쓴 글이에요"하고 만천하에 알리기가 불편하다.
가끔은 내가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다가 틀린 문법이나 어색한 표현이 눈에 보이면 '이런 글을 함부로 인터넷에 올렸다니'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져 글을 삭제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못 참고 삭제하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글쓰기의 기술과 원칙 모두 다 중요하지만, 글 안에 있는 내용과 감동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글이 완벽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너무 좋은 글만 쓰려고 하면 오히려 글 쓰는 것을 미루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연습을 안해서 실력이 늘지 않을것 같다.
그래서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다시 열심히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이 글은 또 언제 삭제할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브런치 작가들을 비롯해 모든 작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쓰고 다양한 생각을 많이 공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