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 번역가가 전하는 영어 번역 꿀팁
앞서, 기계 번역에는 목소리가 없다,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정확히 그놈의 ‘목소리’는 대체 어떻게 입히는 걸까?
이에 대한 국룰은 없지만,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며 쌓은 나만의 노하우를 몇 가지 공유해 보자면,
1. 대사 맨 앞에 호칭을 덧붙인다.
쉬운 이해를 위해 한국어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너 뭐 해?”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말투가 좀 심심하다, 조금 더 실감 나는 구어체스러운 말투를 원한다라고 했을 때
“야, 너 뭐 해?”라고 앞에 ‘야’를 하나 추가해 주는 식이다.
물론, 훨씬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수많은 다른 기술들이 존재하겠지만, 위와 같은 방식은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표현법이자 내가 인물에게 말투를 입힐 때 자주 쓰는 꼼수다.
아마 이쯤 되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야’라는 표현도 영어로 다양하게 번역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Hey에서부터 Dude(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Girl(여자들 사이에서), Yo(힙한 느낌의 껄렁대는 사람이라면), 기타 등등 표현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
비슷한 맥락에서, 좀 더 공손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맨 앞에 ‘저기요’를 추가할 수 있겠다. (“저기요, 뭐 하시는 거죠?”)
영어로는 Excuse me, Sir (남자에게), Ma’am (여자에게), 기타 등등.
2. 들리는 그대로 철자를 적는다. (feat. gonna, wanna)
자주는 아니지만, 나는 필요하다면 때때로 말이 발음되는, 들리는 그대로 spell out 하기도 한다.
흔히 gonna는 going to, wanna는 want to로 써야 문법에 맞다고 배웠을 것이다. gonna와 wanna를 사전에 찾아보면 모두 ‘비격식 표현’ 또는 ‘비표준’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다양한 경계를 허무는) 문학이나 콘텐츠에서 만큼은 들리는 그대로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should have 대신 shoulda, would have 대신 woulda, could have 대신 coulda.
이제 대충 감이 왔을 것 같다. ^_^
3. 표현을 축약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should have을 언급하다 보니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내가 대표적으로 축약하는 단어들은 should have-> should’ve. would have-> would’ve이다.
have 나 would 또한 자주 축약해서 쓰는데, 예를 들면, He had-> He’d , He would-> He’d과 같이 쓰는 식이다.
He is, she is 대신 He’s, she’s라고 축약하면 훨씬 더 구어체스럽고 캐주얼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문학에서 대화체를 번역할 때 종종 이 기술을 활용하곤 하는데, 특히 웹툰과 같은 콘텐츠를 번역할 땐 더더욱 잘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다.
4. 욕설을 섞는다.
한국어로 ‘이놈, 저놈’과 같은 류의 표현이 있다면, 영어로 욕설을 섞어서 번역할 수 있다. (굳이 한국어 원문이 ‘18’이란 강한 욕설을 쓰지 않았더라도, 영어로는—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fucking과 같은 f-word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멍청한 놈을 뜻하는 prick, asshole 등의 속어를 사용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이놈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 “이 놈들이 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야?”와 같은 표현은
-> “What do those pricks ever get done, anyway?” 와 같이 번역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영어 문장은 번역한 게 아니라 영화 <오토라는 남자>에서 가져왔다. 나는 종종 영화나 미드를 보다가 번역에서 활용할만한 표현이나 문장들을 적어놓는데, 이게 또 여기서 이렇게 쓰일 줄이야!)
경미한 욕설(?)을 섞어 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hell(사전적 정의: 제기랄, 빌어먹을)과 같은.
한국어로 “왜 그래?”라는 표현이 있다고 치자.
What? 혹은 What’s wrong?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좀 더 강조하는 센 말투를 쓰고 싶다면, (“너 대체 왜 그러는 건데?”와 같은 뉘앙스로)
What the hell is wrong with you?로 번역할 수 있다.
여기에 앞에서 내가 강조한 ‘축약’ 형태까지 적용해 보면
What the hell’s wrong with you?
아마 이러한 간단한 기술들만 적용해도 문학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훨씬 더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K-문학 번역가가 전하는 몇 가지 꿀팁이었다.
부디 기계 번역기가 이 글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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