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다.
국내에서 '하루키 붐'을 일으키고, 작가의 유년시절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이라는 평이 있는 이 소설의 줄거리를 간략히 써보겠다.
소설은 주인공 와타나베 토오루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과거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했던 기억과 그때 느꼈던 기분을 회상하며.
토오루는 나오코의 얼굴을 떠올리려 노력해본다.
나오코는 토오루의 고등학교 절친 키즈키의 여자 친구였다.
나오코, 토오루, 키즈키 이 셋은 모두 친했고 자주 어울려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키즈키가 자살해버렸다. 그의 죽음 이후 토오루는 나오코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루는 둘이 함께 잠자리를 하게 되고, 첫 경험이었다는 나오코는 울며 잠든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웬일인지 토오루는 나오코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나오코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나오코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답장이 오는데, 요양원에서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당분간 토오루를 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한편, 나오코의 편지를 받고 낙심한 토오루는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미도리라는 새로운 이성 친구를 만나게 된다.
미도리는 종종 짧은 치마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성적 농담을 던지며 토오루를 당황시키는 자유분방한 여학생이다.
여전히 나오코를 그리워하던 토오루는 어느 날 드디어 나오코의 편지를 받게 된다.
나오코는 편지에 자신을 방문해달라고 썼고, 곧바로 토오루는 나오코를 만나러 깊은 산속에 위치한 요양원 아미 사를 찾아 나선다.
요양원에 도착한 토오루는 그곳에서 처음 레이코라는 중년의 음악 치료사를 만난다.
알고 보니 레이코는 나오코와 함께 지내며 나오코를 돌봐주고 있었다.
종종 기타로 곡을 연주했는데 그중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은 나오코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토오루는 간간이 레이코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가 한때는 결혼을 했었고, 한 아이의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과 연락하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몇 년째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며칠간 요양원 생활을 함께 하며 토오루는 나오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키즈키와 잠자리를 하지 못한 이유가 나오코가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토오루와는 처음으로 잠자리를 갖는 데 성공하며 죄책감을 느꼈다는 등의 은밀한 이야기를 비롯해 나오코가 정신적으로 힘든 진짜 이유까지.
나오코는 자신의 우울감의 근원이 키즈키의 죽음보다 더 복잡하고 심오한 것이라고 했다.
어릴 적 친언니가 자살했는데, 키즈키처럼 열일곱 살에 갑자기 목을 매고 죽었다고 했다.
언니의 자살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져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이러한 나오코의 사연과 더불어 토오루는 레이코의 사연도 듣게 된다.
레이코 또한 정신질환 이력을 갖고 있었다.
어릴 적 '피아노 천재' 소리를 들으며 피아니스트를 꿈꿨는데 어느 날 손가락이 제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았는데, 문득 한 사건으로 인해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했다.
동네 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가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레이코의 침실에서 그녀에게 성적으로 접근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거부하고 그 사건 이후 아이에게 피아노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자, 아이는 온 동네에 레이코가 정신병원 입원 이력이 있을 뿐 아니라 동성애자이며 아이들을 성추행한다고 소문냈고, 그 사건을 계기로 레이코의 정신질환이 재발했다고 했다.
요양원 방문 후, 토오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종종 미도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숲 속 요양원에서 나오코와 레이코 셋이 함께 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오코를 그리워한다.
토오루는 자신이 나오코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도리에게도 호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도리 또한 애인이 있지만,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토오루에게 서서히 마음을 빼앗긴다.
토오루는 미도리를 좋아하지만, 어쩐지 나오코와의 사랑을 지켜야만 할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고, 끝까지 나오코를 책임지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토오루는 미도리에게 편지를 쓰며 그녀와 연락을 지속한다.
그런데 미도리는 언제부턴가 답장을 하지 않고, 레이코가 대신 답장을 해왔다.
레이코에 따르면, 나오코의 건강 상태는 좋아지기도 했고 나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코는 나오코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토오루는 작고 쓸쓸한 나오코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미도리와도 연락을 끊고 학교를 결석하며 홀로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정신을 차린 토오루는 집으로 돌아온다.
마침 레이코가 연락을 취해와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레이코와 토오루는 나오코의 작고 쓸쓸한 장례식을 잊고 멋진 장례식을 기억에 남기자며 밤새 술을 마시고 기타 연주를 하면서 죽은 나오코를 추억한다.
'노르웨이의 숲'을 비롯해 수많은 곡을 연주하다 지친 둘은 돌연 잠자리를 갖게 된다. 그리고 둘은 함께 환상적인 밤을 보낸다.
다음날 레이코는 기차를 타고 친구가 운영하는 음악학교로 떠난다.
토오루는 기차역에서 레이코를 배웅해준다.
그리고 둘은 편지로 연락할 것을 약속하고,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며 헤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토오루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미도리는 토오루에게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묻는다.
하지만 토오루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미도리를 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소설은 이렇게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