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죽어도 아쉬울 것 없는 삶이다. 일은 적성에 맞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불편하기에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빌어먹을 몸뚱이를 영위하기 위해 억지로 나가는 하루의 연속이다.
주말이 찾아오면 고생한 나에게 휴식을 주겠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하루를 보낸다. 손에는 휴대폰을 꼭 쥔 채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것이 휴일의 전부이다. 연예인들이 게임을 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영상들을 보며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고 자위한다.
가끔 사람이(정확히 말하자면 쾌락이) 필요해진다. 그럴 때마다 간간이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을 만난다. 결핍 해소가 목적이기에 후에 찾아오는 허망함에 공허는 더욱 짙어진다.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더 큰 쾌락을 찾다 나를 해칠 것만 같다고, 이걸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일요일이 다가오면 초조함을 느낀다. 휴일이 끝나가는 것에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고는 맵고 짠 음식과 술을 마신다. 시장기만 가실 정도의 식사는 허기를 일으킬 수 있기에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음식을, 적당한 음주는 각성을 일으켜 현재를 객관적으로 보는 지경에 이를 수 있기에 만취의 상태가 될 정도로 술을 털어 넣는다. 몇 시간이 지나 정신이 몽롱해지면 평상시라면 안 볼 서정적인 영화 따위를 본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영화 속 인물의 우울에 내 감정을 멋대로 투영하며 고독한 주인공이 되어본다.
평일이 시작되면 피로가 덜 풀린 몸을 이끌고 다시 한 주를 시작한다.
그것이 전부다. 가끔 미래에 달라질 나를 상상하며 미소를 짓곤 하지만 그것은 공상이고 망상이다. 바뀌고 싶지만 절박함이 없다. 일확천금을 바라면 복권을 사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처럼 꿈꾸는 미래를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해야 되지만 그것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미래의 나에게 맡겨놓는다. 며칠 남기고 황급히 하던 방학숙제처럼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생각만 한다. 방학은 분기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라는 걸 망각한 채 남은 생 전부를 방학으로 치부하고는 방학의 끄트머리를 기약하며 휴대폰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