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출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

by 앨리

"술을 안 마시면 무슨 재미로 살아?"

술이 체질상 잘 받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내게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물어온다.


"왜 활동을 안 해? 사람 만나려면 활동을 해야지. 더 늦기 전에 연애해야지! 동호회나 소모임 같은 데라도 나가보는 건 어때?"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리고 약간의 낯가림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연애하려면 억지로라도 동호회 같은 곳을 나가야 한다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한다.

내가 진심으로 흥미로워하는 일이나 취미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 모임에 나간다면 모를까 다른 목적으로 모임에 나가는 것은 나에겐 맞지 않는다.


"언니, 저번주에 소개팅한 남자가 글쎄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대. 제주도도 한 번도 안 가봤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아는 동생이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외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 술을 즐기는 사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


외향적인 사람은 성격이 좋고 사회성이 발달됐다, 친구는 무조건 많아야 좋다 등등 어쩌면 우리는 어릴 적부터 편향된 가치관을 주입받으며 살아온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라다 보니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개인의 성향과 기질의 차이일 뿐,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 판단할 문제가 아님에도 말이다.


카페에서 차 마시며 책 읽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래된 친구를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밥 한 끼 먹기

평일 저녁,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선선한 바람을 쐬며 아파트 산책로를 산책하기

가끔은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한 끼를 만들어 천천히 음미하며 혼밥 하기

일상으로의 탈출이 필요할 때 여행 가기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점심 식사를 쫓기지 않고 마음 편히 먹어보는 게 내 소원 중 한 가지였다.

할 일도 많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매번 점심은 긴장된 마음으로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으로 급히 때워야 했었다.

바쁘고 힘든 하루 끝의 저녁 식사는 늦은 시간에 허기진 상태로 허겁지겁 먹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자주 체하기도 하고 건강이 더 나빠졌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가능한 여유 있게 식사를 하려고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되도록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있다.

현재 내 모습을 보고 단조롭고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의 고요하고 단출한 나의 생활이 꽤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온전히 현재의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이 생활이 좀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Shall we 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