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cook?

썰고, 굽고, 끓이고..!

by 앨리

늦은 오후 냉장고에서 버섯, 당근, 양파, 애호박을 꺼내서 깨끗이 손질을 한다. 감자도 하나 가져와 껍질을 깐다.

손질된 재료들을 도마 위에 가지런히 두고 잘게 썬다.

당근 차례가 왔을 때는 잠시 움찔하고는 칼을 과도로 바꿔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썬다. 지난번에 당근을 썰다가 손가락을 심하게 베였기 때문이다.


'당근 썰기 진짜 힘들다. 그래도 맛있고 영양도 많고 색깔까지 예쁘니까 봐준다.

맞다! 스팸이 빠지면 안 되지. 햄은 몸에 안 좋으니까 아주 조금만 넣어야지.'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잘게 잘려 소복이 쌓인 채소들을 몽땅 넣고 볶기 시작한다.

소금과 후추도 뿌려준다.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채소들이 어느 정도 익으면 밥을 넣고 열심히 볶아준다.

마지막으로 달걀프라이 하나를 딱 얹어주면 오늘 나의 늦은 점심 메뉴가 완성된다. 아니, 이른 저녁인가?


적당히 익은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밖에서 사 먹을 때는 느끼해서 많이 못 먹었는데 두 공기도 너끈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볶음밥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나? 엄마는 뭐든 뚝딱뚝딱하셔서 몰랐었는데 직접 해보니까 팔도 아프고 시간도 꽤 오래 걸린다.


요즘 나는 요리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을 받아먹기에는 차고 넘치는 나이이며, 일까지 쉬고 있는 백수가 아니든가.

예전에는 요리에 취미도 관심도 전혀 없었다. 간단히 때우거나 사 먹으면 되는데 괜히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은 것은 질색이다.

그런 내가 요리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재료를 손질하고 썰고 굽고 끓이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색과 질감이 변하고,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나고, 따로 놀던 재료들이 조화롭게 섞여 풍미를 낼 때까지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게다가 완성하고 나면 약간의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이렇듯 나 자신을 위해서 정성스러운 한 끼를 만드는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 할 수 있는 음식은 몇 개 안 되고 맛도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음식으로 나를 사랑해 줄지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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