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별 건가

라떼 한 잔, 치즈케이크, 책

by 앨리

평일 오전, 고양이 세수를 하고 책과 다이어리를 챙겨 집을 나선다.

일을 쉬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따뜻한 카페라떼 원샷으로 한 잔, 치즈케이크도 한 조각 주세요."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 않다. 음료와 케이크를 받아 들고 내가 좋아하는 창가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차분한 음악소리와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따뜻하고 평온한 이 순간의 공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고소한 풍미의 라떼 한 모금을 마시고 책을 읽는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작가의 글을 읽으며 연신 공감을 한다. 신나게 책을 보다가 치즈케이크를 한 입 먹고는 속으로 감탄을 연발한다.


'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녹아. 역시 라떼 맛집, 케이크 맛집이야. 나도 베이킹 한 번 배워볼까?'


잠시 고개를 들어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해 본다.

맛있는 커피와 좋아하는 책이 있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내적 충만감을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마시던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문득 얼마 전에 만났던 아는 동생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언니, 저 이제 인스타그램 안 해요."

"정말? 어쩐지 오늘은 사진을 왜 안 찍나 했네. 열심히 하더니 이제 재미가 없어졌어?"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보여주기 식으로 사진을 올리고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계정에 들어가서 구경하다 보면 내가 너무 초라하고 불행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 뭔지 알 것 같아. 열심히 잘 살고 있는데도 상대적 박탈감과 허무함 같은 감정이 드는 거지?"

"맞아요. 언니는 예전부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거의 안 하셨잖아요.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나? 난 게으른 사람이라 못해."

"하하하" 하며 마지막엔 함께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양한 sns의 영향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우리는 행복도 경쟁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누가 값비싼 호캉스를 다녀왔다 하면 나도 다녀와야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한정판 아이템을 올리면 나도 사야 할 것만 같고..

인생을 좀 살았다면 살아본 사람으로서 깨달은 게 있다면 행복은 경쟁하는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큰 행복 한 방보다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켜켜이 쌓아가는 것이 살아가는 데 더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같다.

행복이 뭐 별 건가. 따뜻한 라떼 한 잔, 치즈케이크, 책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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