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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ADHD입니다.

선생님, 수학 시간에 왜 계산기를 쓰면 안 돼요?

by 앨리

6시간의 연이은 수업을 마치고 교실 정리를 하고 있는 찰나에 A의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A 어머니 잘 지내시죠?" 반갑게 전화를 받았으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A 어머니의 목소리는 울음이 가득한 울림을 내고 있었다.

"선생님, 요즘 우리 A는 학원에서 어떤가요?"

"네.. 요즘 들어 부쩍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해서 제가 종종 주의를 주고 있기는 해요. 혹시 A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사실 오늘 A 담임 선생님이 울면서 전화를 하셔서 상담을 하고 오는 길이에요. 우리 A 때문에 도저히 수업 진행이 안 된다고 하시면서 우시는데 저도 너무 죄송해서 같이 울었네요. 학기 초부터 수업을 방해해 왔는데.. 이제는 아이들한테 폭력까지 써서.. 담임 선생님께서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고 하세요.. 우선 내일 병원에 데려가 보려고요.."


요즘 시대에는 보기 드문 세 명의 아이를 키우시는 A의 어머니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분이셨다. 그렇게 밝았던 분이 전화 통화 내내 울먹이시는데 나까지 마음이 너무 안 좋고 안타까웠었다.

A가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나도 다른 아이들에게 들어서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다. A와 같은 학교 친구들이 종종 나에게 말을 했었다.

"선생님, A는 학원에서는 왜 이렇게 조용해요? 오늘 학교에서 쟤 때문에 영어 선생님 진짜 화내시고 수업도 못했어요!"

"선생님, 쟤 우리 옆 반인데 엄청 유명해요. 쟤네 담임 선생님은 어제도 울고, 쟤네 반은 항상 시끄러워요!"

'응? A가 학원에서 조용하다고?! 도대체 학교에서는 어떻길래..'

A는 내가 학원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들어온 아이였다. 레벨테스트를 보기 싫다고 해서 엄마한테 혼나고 울면서 억지로 테스트를 봤었고 테스트가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 먹으라고 주머니에 초콜릿을 넣어줬더니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는 뒤돌아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등록 후 수업을 해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유독 집중력이 약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ADHD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어느 날은 "선생님, 제가 어제 코딩으로 분수 계산기를 만들었어요. 앞으로 분수는 직접 계산 안 하고 만든 계산기로 풀래요." 하며 선포를 했다. 이전에도 수학 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하겠다며 고집을 피운 적이 있었다.

"와, 분수 계산기라니 멋있다! A는 코딩을 정말 잘하는구나! 그런데 A야, 수학 시간에 분수 계산기는 쓸 수 없어."

"왜 수학 시간에 계산기를 못쓰게 해요? 곱하기, 나누기, 분수 다 해버리면 1분도 안 돼서 풀리는데.."

"수학은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푸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는 과목이라고 선생님이 저번에 말해줬던 거 기억하지? 또 A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텐데 그럴 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잖아. 그 능력을 길러주는 데 도움을 주는 과목이 수학이야. 그러니까 계산기 없이 풀이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 보면서 풀자. 풀이 과정까지 잘 쓰면 선생님이 오늘은 5분 일찍 끝내준다!"

"아싸! 네 알겠어요. 계산기는 안 쓸게요."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면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A의 수업 시간에는 항상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유독 피곤했다. 다행히 A는 나와 3년을 넘게 수업한 아이였기 때문에 이미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었고, 공감해 주고 달래고 가끔은 혼도 내면서 그렇게 가까스로 수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A의 어머니와 통화한 지 며칠이 지났을 때 학원으로 직접 방문을 하셨다.

"선생님, 우리 A가 ADHD래요. 많이 심각해서 약도 먹고 있어요. 영어, 논술, 태권도 등 다니던 학원도 다 끊었는데 수학 학원은 다니고 싶다고 해서 수학만 보내려고 해요. 그리고 아이가 좀 나아지면 이민을 가려고 해요. 예전부터 고민해 왔는데 아이들에게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여기 생활이 정리될 때까지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약을 먹으면서 A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고, 몇 달 후 가족들이 모두 이민을 가며 작별을 했다.

자유분방했던 A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본다.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ADHD 판정을 받았거나, ADHD의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최근 몇 년 사이에 꽤 많이 접했는데 이 아이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집중력이 정말 약해서 한 가지 과제를 시간 내에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당연히 학습 능력도 떨어진다.

둘, 손이나 다리 등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셋, 규칙이나 규율을 알고는 있으나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다.

넷,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제도 안에서는 학교나 학원 선생님과 같은 타인이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솔직하게 조언을 해주거나, 제대로 지도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언제부턴가 나도 학부모 상담을 할 때면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들만 하거나, 에둘러서 말하게 되었다.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곪게 되고, 결국엔 더 큰 상처로 남게 된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이나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병원이나 기관을 찾아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손가락질을 받을 일도 아니며, 아이의 문제 행동이 일시적 현상으로 별일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우주는 곧 부모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내 아이가 온몸으로 외치는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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