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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Jul 27. 2023

직원을 대하는 태도 (3)

J계 중소기업 VS K중소기업

  첫 출근은 2월, 설 연휴가 끝난 다음 월요일이었다. 당시 차가 없던 필자는 대표를 만나 함께 본사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대표는 필자를 보자마자 반갑게 웃었다.


  "어, 그래. 왔네."


  순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2차 면접때까지 높임말을 쓰던 대표가 대뜸 말을 놓았고,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필자의 인사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손짓 하나로 받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상대의 반응에 정말 많이, 놀랐다. 이게 맞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이미 입사를 결정한 회사였다. 그리고 대표였기에, 여기는 한국 중소기업이었기에. 아, 내가 알던 일본계와는 다른 거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대표의 차를 타고 간 본사에서 함께 일할 직원들을 소개 받았다. 인사를 나눌때까지는 좋았다. 모두가 말을 높이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필자 역시 잘 부탁한다는 인사로 답하고 자리를 안내 받았다.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가고, 실무진들만 사무실에 남았다. 사수가 필자에게 업무에 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업종 자체가 이전 회사와는 달라 새로 배우는 일들이 많았다. 그렇게 업무를 시작하는데, 사무실의 총괄 책임자이자 영업 담당인 상무이사가 말을 걸었다.


  "이제 우리 직원이니까 반말해도 되지?"


  의향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필자를 대할 때는 반말로 하겠다는 통보였다. 원래 이런건가? 속으로 놀라면서 그러시라고 했다. 필자에게 묻기 전에 이미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직원에게 반말을 찍찍 해대는 상무를 보기도 했기에. 이게 이 회사의 문화구나, 싶었다. 동시에 반말이라고 해도 직원에 대한 존중만 있으면 크게 상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존중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직 직급만을 기반으로 하는 반말에 존중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한 반말은 상사의 부하직원에 대한 하대(下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나이는 없고, 직급만이 존재했다. 반말이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는 굽신거리고, 낮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하는 일을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게 했다는 말이다. 덕분에 두 번째 직장에다 2년을 쉬다 들어갔지만 나이가 가장 어렸고, 직급도 없는 일반 사원이 된 필자는 그 회사 전 직원의 반말과 하대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총책임자의 태도가 그러하니 다른 직원들의 태도는 오죽하겠나. 상무가 자신보다 아래인 이사에게, 이사는 자신보다 또 아래인 직원들에게. 하대는 전승되고 있었다. 인신공격같은 인간 이하의 취급도 스스럼없이 행해졌다. 물론 농담조로 말이다. 심지어 이런 언행은 상사에게만 허락된 권리였다. 부하직원의 기분이 어떻든 생각할 필요 없이 함부로 대해도 되고, 선을 넘어도 되는 권리. 하급자는 기분이 언짢아도 인상을 써서는 안되고, 상사에 대한 선을 넘을 권리는 당연히 없었다.


  "저, 저, 싸이코가."

  "너 원래 일 못하잖아? 제대로 하면 내가 이렇게 하겠어?"

  "하여튼 둘이 세트로 가지가지 한다."

  "또 쌍욕을 들어야 똑바로 하지?"

  "넌 그래서 안 돼."


  농담을 가장했기에 부하직원들은 웃어야 했다. 혹여 정색하고 반발하면 예민하고 인성 나쁜 직원이 되어 더 심한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필자는 그런 사문화에 익숙해지지 못해 억지로 웃다가 자주 조롱당하기도 했다. 


  "쟤는 예민해서 건드리면 안 돼. 완전 일본인이야."


  나중에는 적당히 대처하는 법을 익혔지만 입사 초반에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갈수록 충격의 강도가 옅어졌을 뿐, 필자는 늘 상사의 그런 언행이 불편했다. 필자를 제외한 모두는 그저 당연한 듯,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혼자 받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지인들에게 얘기하면 돌아오는 답은 다 비슷했다. 


  "중소기업이 그렇지 뭐."


  그때서야 알았다. 이런 분위기가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에는 흔해 빠진 사(社)문화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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