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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Oct 29. 2019

그러나 언제나 말은 강하다

불행배틀 끊어내기

이상한 일이다. 불행은 말할수록 실감 난다. 깊숙한 곳에 가지고 있던 사소한 감정도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커다란 문제처럼 여겨지곤 한다. 사소한 속상함도 문제(problem)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현실을 180도 바꿀 수 있는 키가 된다. 이래서 말이 무섭다.


친구 A는 입사 당일 ‘회사를 얼마나 다닐 예정이냐’라는 질문을 들었다. ‘글쎄요, 최소 3년 이상을 다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더니, 상대방이 깜짝 놀라며 ‘6개월 내로 생각이 바뀔걸요. 오래 다닐 생각하고 오셨네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반년 뒤, A는 동료가 말한 것처럼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사내에서 불평은 노동요였고, 회사에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당하고, 또 당해도 버티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 거다.




불행배틀은 자극적이고, 자꾸 당긴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사람들을 가깝게 만든다. 한번 강렬한 공감을 맛본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불행은 너무나 쉽게 전염된다.


습관적으로 뱉은 불행과 가식적이지 않고 싶은 욕망.   가지가 만나면 생각보다 복잡한 상황이 탄생한다. ‘뒤에서는 같이 욕을 해놓고, 앞에서 알랑방귀를 뀌는 X’  되기 위해 적당히 싸늘한 태도가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어쩌다 보니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에게도 은근슬쩍 짜증을 비추게 된다. 얽히고, 얽힌 감정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지금 느끼는 불만을 여러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상상해보자. A에게도, B 에게도, C에게도 말하는 거다. 여기서 이 이야기를 가장 자주 듣고, 가장 깊게 공감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나 자신일 거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말하면서, 동시에 반복해서 듣는다. 불행배틀로 시작된 가벼운 한탄이 내 인생을 바꿔야하는 커다란 요인처럼 체감되기도 한다 거다. 물론 어디에나 정답은 없다. 그러나 말은 언제나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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