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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an 18. 2020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리가요


어느 날 인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인격적 모독과 욕설을 일삼던 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 사람은 정말 무례하죠. 정말 싫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더니, 상대방이 나를 동그란 눈으로 바라봤다. “ㅇㅇ씨가 누군가를 그렇게 평가하는 거 처음 봤어. 누굴 싫어하기도 하는구나” 아니, 누구를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냐니.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세상의 수많은 예민러들을 대표해(내가 뭐라고) 말하자면, 예민함은 분명 일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첩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예리한 크리에티브함을 발휘할 수도 있다. 물론 직장 동료의 눈썹이 약간 꿈틀거린 것만으로도 마음이 쓰여 종일 피곤하기도 하다. 어쨌든 예민한 사람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장점도, 단점도 쉽게 발견한다. 당연히 내게도 불편한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역시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하고 대화하다 보면 진이 빠지곤 한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다 이유가 있을 거야’, 혹은 ‘별 뜻 없이 그런 거 같아’라는 식으로 가십의 대상, 즉 피해자(?)를 변호하게 되는 거다. 욕설과 비하가 범벅된 말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고 싶 않다.


그렇다. 나는 뒷담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성인군자 같은 마음인 건 아니다. 단지 싫어하는 사람의 행동을 곱씹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은 말로 내뱉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래진다. 그렇게 되면 싫은 사람과 얘기하거나, 그가 언급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 매일 마주쳐야 하는 직장 동료의 경우 더욱 그렇다.


세상 모든 사물이 가까이 보면 모두 예쁘다고 했었나. 둥글게 둥글게 세상만사를 느긋하게 바라볼 시간과 정성은 늘 부족하고, 뒷담화를 피하는 일이 더 쉽다. 덕분에 ‘누굴 싫어하기도 하는 사람이냐’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하루가 기분 좋은 생각으로 가득한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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